북한, 전력난에도 중국에 전력 수출

압록강 북한 쪽 댐 주변에서 남성이 낚시를 하고 여성들은 빨래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열악한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전기 에너지를 계속 수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후화된 발전 설비와 부품 조달을 위한 경비 조달 목적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관인 코트라 선양무역관이 17일 발표한 올해 ‘1~3분기 랴오닝성 대북 무역동향’ 보고서.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를 보면 올해 중국 전체 대북 교역 중 52.4%를 차지하는 랴오닝성과 북한의 교역 품목 가운데 전기 에너지가 눈에 띕니다.

북한이 지난 1월부터 9월 말까지 랴오닝성에 수출한 품목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 기간 전기 에너지 689만 달러를 수출했는데, 이는 랴오닝성에 대한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33.8%)에 달합니다.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특정 시간에만 일부 전력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전력을 수출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과거 통계를 보면 이런 추세는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중국에 1천 140만 달러의 전기 에너지를 수출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액 2억 2천만 달러 가운데 5.3%를 차지하면서 전체 수출 품목 중 6위를 차지한 겁니다.

북-중 무역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19일 VOA에, 북한 전력공급성이 노후화된 발전 설비 교체와 부품 조달을 위한 경비 조달을 위해 전력을 일부 중국에 수출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중앙당과 내각이 개보수 예산을 지급해야 정상이지만 재정적 여력이 없어 전력공급성이 자체적으로 외화벌이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1955년 북-중 수력발전회사를 설립해 압록강에 태평만·수풍·위안·운봉 등 4개 수력발전소를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수자원정책 전문가인 이승호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9월 베이징 외신기자클럽 주최 강연에서 북-중 양국이 4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절반씩 분배하고 있다며, 곧 2개 댐이 추가 완공돼 6개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 압록강 발전소들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부분 평양과 군 기지로 보내고, 핵 개발에도 쓰였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일부 전기는 중국에 다시 팔아 외화를 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외부에서는 많은 북한 공장이 전력 부족으로 가동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전력 수출이 납득하기 힘들겠지만, 돈이 없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외화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평양의 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

특히 화력발전소 상당수가 매우 노후화돼 가동이 멈추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압록강 수력발전소들이 생산한 전력을 일부 수출해 화력발전소 가동을 지원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내 수력발전 설비의 3분의 2가 40년 이상 됐고, 화력발전 설비의 83%는 1960~70년대 옛 소련 등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지원으로 건설돼 노후화가 심각합니다.

소식통은 “이웃 남한과 중국은 24시간 전기 공급으로 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데 북한은 경제 실패로 주민들이 수 십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은행 등 5개 국제기구는 지난해 공동 발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의 에너지 분야 보고서에서 2017년 기준으로 북한 인구의 44%만이 전기를 제대로 공급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전력난이 더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트라 일본 나고야무역관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코로나 여파로 북-중 국경이 막히면서 발전소 부품 조달이 어려워져 지방 도시들에서는 5월부터 전력 공급이 크게 악화됐다고 전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앞서 VOA에 북한 당국이 3대째 전력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는데도 개선이 없는 이유는 낡은 발전 시설과 송전망 개보수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lways talk about electricity and here they are talking about it again. Now their electric power system is in terrible shape,”

한편 코트라 선양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 여파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올해 1~3분기 랴오닝성과 북한 간 무역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랴오닝성의 대북 수출은 2억 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 줄었고, 북한으로부터의 수입도 2천만 달러로 42.2% 줄었다는 겁니다.

랴오닝성의 주요 대북 수출 품목은 밀가루와 설탕 등 식자재와 의료품이 주를 이뤘고, 북한에서 수입한 품목은 전기 에너지 외에 텅스텐과 합금철, 몰리브덴 등이었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로 북한의 대외무역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외환 수급 감소를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외환유동성 감소는 북한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와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 등과 맞물려 물가·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 북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