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폭등하던 휘발유 등 북한의 정제유 시장 가격이 최근 크게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량 지원이 이뤄졌거나 북한이 자체 비축분을 최근 방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자체 수요가 지속해서 감소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20일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의 경유 가격이 1kg당 6천 800 원, 미화로 1.15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2일 1만 2천 500 원, 2.3달러까지 올랐던 경유 값이 한 달 만에 반토막 난 것입니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도 1만 5천 500 원, 2.84달러에서 9천 800원, 1.66달러로 35% 이상 떨어졌습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도 최근 평양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 하락세에 주목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평양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지난달 각각 1만 3천 원과 1만 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15일에는 각각 7천 원과 5천 원으로 50%가량 떨어졌습니다.
쌀과 옥수수 등 다른 품목의 가격도 지난달 최고 가격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급락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 NK’는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1일 북-중 우호조약 60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친서를 주고 받은 직후 중국으로부터 정제유가 반입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중국 정제유가 남포항과 ‘북-중 우의 송유관’ 등 두 곳을 통해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정제유 가격이 실제로 크게 하락했다면 수요 감소보다는 공급 증가 때문일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0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중국이 최근 북한에 정제유를 제공했다는 일각의 보도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at would be politically understandable. It wouldn't be surprising if China was trying to provide a signal politically that they were glad that North Korea was reaching out to them as what sort of theme of Daily story…It’s probably more likely it's the Chinese who were using ship transfers which are relatively covid protected. I think it's not that hard for North Korea to accept a shipload of oil coming into Nampo that compared with the with a border trade on food and things like…”
중국이 정제유 공급을 통해 북한이 자신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을 정치적으로 환영한다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뱁슨 고문은 또 데일리 NK 보도처럼 선박을 통해 남포항으로 정제유를 들여오는 것이 북-중 국경을 통해 식량 등을 들여오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유입 위험성이 낮기 때문에 북한이 수용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중 우의 송유관’을 통해서 원유가 아닌 정제유를 반입한 것은 새로운 방식이라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이것이 중국이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일회성에 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뱁슨 전 고문은 덧붙였습니다.
이어 뱁슨 전 고문은 한 가지 요인만으로 단기적인 가격 급등락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북한 당국이 정제유 비축분을 풀어 가격 하락을 이끌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You have to look at other ways that they could get the refined petroleum and a release like that, and is that they've been storing refined petroleum in storage and they didn't release it in June. And that was one reason why they were you saw the price increase and there could have been an internal…”
지난 6월에는 북한 당국이 정제유 공급을 통제하고 비축해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비축분을 풀어 가격 하락을 이끌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뱁슨 고문은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군의 전략비축미를 풀도록 했던 것처럼 군수용 정제유 비축분을 시장에 공급하도록 지시했을 수도 있다며, 이런 의사 결정들이 지난달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에너지 사정을 연구해온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경술 박사도 중국 정제유 유입으로 인한 공급 확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경술 박사] “갑자기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갑자기 시장에 공급이 많아졌다는 이야긴데요. 수요 측의 잔잔한 변화로 가격이 그렇게 떨어질 리는 없고요. 데일리NK가 파악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공식 교역을 통해서 들어가는 물량은 아닌 것 같아요. 유엔 제재를 무시하고 비공식적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아닌가 보여지거든요.”
김경술 박사는 북한은 그동안 위태로운 수준에서 석유 수급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외부 유입 등과 같은 공급의 작은 변동에도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자체적으로 공급을 조절할 만큼 비축 역량과 시설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경술 박사는 코로나 관련 방역 조치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현재 북한의 석유 수요도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경술 박사] “장마당과 장마당을 연결하는 수송 네트워크, '서비스차' 그 운송 네크워크의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고 방역 목적때문에 지역 이동이 통제돼서 그런 쪽에서 수요가 많이 떨어졌을 거고요. 장마당에 물건을 파는 가내수공업 형태의 가공산업이 있는데 그것에서 사용하는 석유 수요도 많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김경술 박사는 과거 북한에 상당량의 정제유를 공급했던 해상 환적이 줄었다는 관측이 이어지는 것도 이 같은 내부 수요 감소와 연결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워싱턴 민간연구소 헤리티지재단의 앤서니 김 조사국장은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소비재의 단기적인 가격 등락은 시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는 의미있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면서 “시장의 모든 작동 원리가 당국에 의해 크게 왜곡되고 조작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