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장품, 중국에서 100~600위안 판매...품질은 한국의 1980년대 수준

북한의 주요 화장품 생산지인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지난 2018년 9월 노동자들이 화장품 병을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 화장품이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100~600위안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품질은 화장품 수출로만 한 해 65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한국의 1980~90년대 수준으로, 선진국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가운데 하나로 인기가 높은 ‘징둥닷컴’.

이곳에서 북한산 화장품을 조회하면 20여 개 업체가 ‘봄향기’ 화장품 세 종류를 판매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봄향기-금강산개성고려인삼수는 100mL 기준 100위안, 미백 영양화장품 3종 세트는 364위안, 보습과 노화 방지 등 기능성을 포함한 7종 세트는 551위안으로, 미화로 환산하면 14달러에서 84달러 정도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구인 코트라 다롄무역관은 최근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북한 화장품 봄향기’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런 북한 화장품 판매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인삼 등 천연물질을 소재로 한 기능성 화장품에 중점을 두고 있어 최근 세계 시장 추세에 다소 부합한다며, 중국 내 판매 신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산 화장품의 중국 수출도 올해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대중국 화장품 수출은 2015년에 7만 1천 달러를 기록한 뒤 계속 1만 달러 미만을 기록하다가 올해 1~2월 두 달 동안 11만 6천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이후 3~5월까지 거래는 거의 없었지만, 지난해 중국에 대한 북한산 화장품 전체 수출액 3천 달러와 비교하면 규모가 갑자기 커진 겁니다.

하지만 징둥닷컴에서 판매되는 북한 ‘봄향기’ 화장품의 생산지가 ‘중국산’으로 표기돼 있고, 온라인 상점은 플랫폼 내 화장품 노출 정도가 판매자마다 달라서 북한 화장품의 실질적인 수출 규모와 유통망을 가늠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2018년 9월 북한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진열대 위에 "세계와 경쟁하라, 세계와 도전하라, 세계를 앞서가라!"라고 써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28일 VOA에, “중국 내 수입 화장품은 일반적으로 상품 라벨에 수입상과 생산 국가를 표기한다”며, “북한 제품은 관행상 중국산이라고 붙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5년과 2017년에 ‘은하수’ 화장품을 생산하는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해 현지 지도하는 등 경쟁력 있는 국산 화장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북한 내 화장품 업체들이 천연 기능성 화장품 생산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나리화장품기술교류사가 세계의 이름있는 화장품들과 견줄 수 있는 20여 종의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메아리’ 등 선전매체들은 여러 화장품 공장에서 수백 가지 화장품을 생산하고, ‘봄향기’를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화장품의 품질이 한국 등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2017년 북한 내 화장품과 뷰티 산업을 분석한 책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의 저자인 한국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30일 VOA에, 북한 화장품의 품질은 한국의 1980~90년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의 기초화장품 로션과 스킨은 한국의 90년대 초 수준이고, 색조-컬러플 코스메틱은 한국의 80년대 후반 수준입니다. 화장품은 용기가 3분의 1, 콘텐츠가 3분의 1, 마케팅이 3분의 1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주로 외국 화장품을 모방해서 유사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 교수팀과 한국의 대표적인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3년 전 북한 화장품 64개 품목의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제조 기술은 한국의 1970~80년대 수준이고, 낙후된 금형기술로 용기 펌프 등이 작동되지 않는 등 조악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지난 2018년 9월 북한의 평양화장품공장에 진열된 화장품들.

전문가들은 화장품 기술이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미래 유망산업이기 때문에 선진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지난해(2019) 화장품 수출은 65억 2천 479만 달러로, 프랑스와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내 화장품 생산실적은 16조 2천 600억원, 미화로 135억 달러를 넘어섰고, 생산업체는 지난해 기준으로 7천 580개, 책임판매업체는 1만 5천 707개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코트라 선양무역관이 중국 매체들을 인용해 북한의 화장품 업체가 29개라고 밝힌 것을 비교하면 한국 업체와 261배의 격차를 보이는 겁니다.

식약처는 특히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의 46.9%인 30억 달러를 중국에 수출했으며 홍콩, 미국, 일본, 베트남, 러시아연방이 그 뒤를 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해 북한산 화장품 수입액이 3천 달러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남북한의 화장품 산업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란 지적입니다.

구독자가 120만 명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화장품 뷰티 평가 유튜버인 ‘회사원K’는 지난해 북한 화장품들을 직접 얼굴에 바르며 평가한 영상을 올렸고, 이 동영상을 380만 명이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회사원K]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나쁜 제품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세계를 돌아봐도 우리나라만큼 저렴한 화장품까지도 제품력이 상향 평준화돼 있는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제품이 남한의 K뷰티 화장품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까지는 아니지만, 1천원 백화점(달러 스토어)에서 살 수 있는 정도의 품질인 것 같아요.”

한국 하나금융투자는 과거 보고서에서 북한의 화장품 시장규모가 2016년 기준 7천 200만 달러로 한국의 0.6%라고 추정하면서, 그러나 북한도 화장품 수요가 늘고 있어 2030년에는 8억 7천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남성욱 교수는 남북 협력을 통해 북한 화장품 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걸림돌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성욱 교수] “북한이 다른 경공업에 비해서는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높지만, 지금과 같이 제한된 노력과 투자로만 갖고는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아모레퍼시픽 같은 회사들에 원료 공급을 받기 원했습니다. 그런데 화장품은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유엔 제재에 걸릴 위험이 있어서 화장품 원료 공급은 한계가 있습니다.그래서 남북이 화장품 협력을 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유엔 제재가 해제되고 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가 조성돼야 물자, 소재, 용기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시일 안에 협력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