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접경 무산에 수출가공구 조성키로…전문가들 "제재 타개 의도"

북한 무산의 철광산.

북한이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함경북도 무산군에 수출가공구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 타개를 위한 북-중 교역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24일 “함경북도 무산군 새골리 일부 지역들에 무산수출가공구를 내온다”는 내용의 ‘정령’을 채택했다고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습니다.

정령은 무산 수출가공구에는 북한의 주권이 행사되며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이 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정령의 3개 조항만 보도했을 뿐 구체적인 수출가공구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무산군은 북한 최대 철광산 중 하나인 무산광산이 있어 철광 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이 곳에 수출가공구를 설치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으로 심각해진 경제 위기를 중국과의 위탁 가공무역을 통해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해외 노동자 파견이나 지하자원 수출 등을 통한 기존의 외화 확보 수단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중국과의 국경 봉쇄 조치까지 겹쳐 대외교역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자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공업 부문이 매우 미미하고 위탁 가공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그나마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최근 신종 코로나로 인한 대중 국경 봉쇄를 일부 풀려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과의 교역 활성화를 위한 또 하나의 방안으로 무산 수출가공구 신설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무산 수출가공구도 결국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 방역을 하면서 교역을 재개하겠다 이런 의미가 하나 있을 수 있고요. 두번째는 김정은 체제 들어서 상당히 많은 경제개발구라는 형태의 스페셜 이코노믹 존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해안과 접경 지역입니다. 그러니까 소위 자본주의적 요소는 방지하면서 교역을 통해서 외화를 확보하겠다는 취지가 있거든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무산 수출가공구 조성이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수출가공구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초기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고 신종 코로나 방역에 여전히 초긴장 상태인 북한이 중국과 교역을 일부 푼다고 해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3∼2014년 남포시와 황해북도에 진도수출가공구·와우도수출가공구·송림수출가공구 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북-중간 교역이라든지 투자협력의 새로운 교두보를 미리 만들어놓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무산 지역은 그동안 북-중간 교역이 그나마 많이 이뤄진 곳 중 하나죠, 여기가. 그런데 수출가공구를 만든다는 것은 좀 더 규모 있는 교역이나 협력을 시작하겠다는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거에요.”

설사 수출가공구를 조성한다고 해도 위탁가공 방식의 교역이 현행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저촉되기 때문에 해당 사업의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이 그동안 해온 위탁 가공무역 품목은 중국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의류가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박사입니다.

[녹취: 고명현 박사] “신규 합작회사는 당연히 금지되고 기존 합작회사도 다시 해체되는 그런 결의안들이 있었고 그리고 그 다음에 가공무역 금지를 어떤 식으로 했냐 하면 북한산 의류제품의 수입을 막아서 가공무역을 어렵게 했거든요.”

고 박사는 국경 도시인 무산이 수출가공구로 선정된 데 대해선 신종 코로나 방역을 용이하게 하려는 차원 보다는 내륙으로의 물류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정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