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달러 환율 일주일 새 큰 폭 하락"…"대중 교역 재개 불투명 반영"

지난 4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북한과 중국간 교역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북한 내 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최근 들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역 재개설이 나돌지만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에 따른 기대감 하락이 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원-달러 환율이 최근 5천200원 선까지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전문 매체들도 비슷한 현황들을 보도했습니다.

일본의 ‘아시아 프레스’는 4일 현재 달러 환율이 4천900원으로, 한국의 ‘데일리NK’는 2일 현재 평양과 신의주 혜산 등 세 곳의 환율이 4천200원~4천250원선까지 내려앉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6천원이 넘었던 일주일 전과 비교해 20~30% 가량 급락한 겁니다.

중국 위안화도 지난달 26일 700원대에서 지난 2일 현재 500원대 중반으로 15% 정도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에서 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까지 8천원 선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지난해 1월 취한 중국과의 국경 봉쇄 조치가 장기화한 영향이 환율에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무렵부터였습니다.

이 때부터 달러 가치가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6천원에서 7천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1주일 새 갑자기 낙폭이 커진 겁니다.

통상 경제가 불황일 때는 안전자산인 달러가치가 상승하기 쉬운데 북한에선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일차적으론 북-중 교역이 차단되면서 외화 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무역 분야에서의 달러 수요가 크게 위축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교역 중단으로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린 북한 당국의 달러 사용 통제 조치도 달러 가치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중 교역이 안되니까 달러가 소용이 없잖아요. 그게 일차적인 원인이고 두 번째는 달러를 못쓰게 하니까 북한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러면 달러를 가진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싼 값에 환전을 해야죠.”

조 박사는 북한의 달러 가치 하락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와 북한 당국의 외화 사용 단속 등 비경제 요인에 의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교역 중단에 따른 장마당 활동의 위축과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생계 유지에 어려움이 가중된 북한 주민들이 저축해 놓은 외화를 꺼내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국의 달러 사용 단속으로 갖고 있던 달러를 헐값에 북한 원화로 바꿔 생필품 구입에 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외화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신흥부유층들은 북한 당국의 눈을 피해 싸게 나온 달러들을 사들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소장은 지난달 평안남도와 황해남도에 거주했던 화교 90여 명이 북한과 중국 당국에 탄원해 중국으로 돌아간 사실을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거나 중국 내 가족 친척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외화 보유면에서도 비교적 여유 있는 계층에 속하는 이들 화교들이 북한을 떠난 이유가 생활고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화교들 상태도 이 정도면 북한 일반 주민들 상태는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또 이들이 장사를 통해서 유통한 달러나 위안화 이런 외화들의 환율이 떨어지는 게 이런 사건들과 결부돼서 북한의 지금 현지 시장 상태가 엄청나게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죠.”

익명을 요구한 한국 국책연구기관의 북한경제 전문가는 달러 가치 하락이 수입물가를 떨어뜨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반드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악화시킨다고 볼 순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큰 폭의 환율 변동성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거래 위축 등으로 주민들의 소비생활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 수입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식용유, 밀가루, 설탕, 맛내기 등은 무역 봉쇄 이후 수 배에서 수십배나 가격이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입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생필품 가격 인하 효과 보다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압박이 압도적인 상황이라며, 결국 시장 안정화의 관건은 무역 재개 여부로 보고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전 세계 신종 코로나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서 북한 당국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지금 북-중 교역은 계속 연다 연다 이런 얘기는 나오곤 있는데요.지금 대한민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백신 접종을 완전하게 맞은 이스라엘도 다시 비상 상황으로 가고 있거든요. 그 다음에 중국 시노팜 시노백의 물백신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중국 상황이 나빠지고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무역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수록 북한 내 달러 가치 하락은 이어질 수밖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