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23년만의 최대 역성장…전문가들 "국제사회와 식량·보건 관여하고 내부 개혁해야"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로 인해 연말 경제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 경제가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식량과 보건 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관여하고 경제 개혁을 단행할 것을 북한에 주문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4.5% 감소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대기근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6.5%) 이후 2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친 것입니다.

북한 경제는 2016년 3.9% 성장했지만 고강도의 대북 경제 제재 이후인 2017년과 2018년 각각 -3.5%, -4.1% 성장을 기록하다가 2019년엔 0.4%로 반등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GDP는 2003년 수준인 31조 4천 억 원으로 후퇴했습니다.

국민총소득은 한국의 1.8%인 35조 원, 1인당 소득은 3.7%인 137만 9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북한에선 대부분의 산업이 후퇴했습니다.

농림어업은 -7.6%, 광업은 -9.6%, 제조업은 -3.8%, 서비스업 -4% 였습니다.

다만 건설업이 주거용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1.3%, 전기가스수도업은 화력발전은 줄었으나 수력발전이 늘면서 1.6% 증가했습니다.

남북한 간 반출입을 제외한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8억6천만 달러로 32억5천만 달러였던 전년에 비해 무려 7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 기상 여건 악화, 고강도 경제제재 지속 등이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30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국경 봉쇄와 국내 이동제한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방역 조치를 북한 경제 후퇴의 분명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The clear answer to this question is the closure of the border and the domestic restrictions put in place within North Korea. You know, clearly, the weather issues have had some impact that's largely on the agricultural side. But so I think the significant factor here has been COVID-19. And we've seen this in the rest of the world…”

자연재해 등 기후 문제가 농업 분야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고,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코로나가 북한 경제 후퇴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당국의 코로나 관련 제한 조치가 대중국 교역과 시장 활동, 밀수와 제재 회피 행위 등 경제 전반에 크게 영향을 줬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대북 제재 이후인 2019년 북한 경제가 반등한 점을 지목하며 북한 경제는 이미 제재에 적응된 상황으로 제재가 지난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제재와 국경봉쇄로 인한 교역감소, 자연재해 여파 등이 직접적 원인이었다면서도 북한 당국의 정책 결정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t's very convenient for the regime, the North Korean regime to blame it on natural events. they always complain about the weather. When do they not complained about? what droughts this year floods last year, typhoons before always…at the shutdown of the shutdown of the border may be partly as a result of the drop in their exports in 2017 and eight, so they don't have enough money to buy anything. So they might as well close the border and pretend like it's the virus..”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남도 태풍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고, 지난해 8월 관영매체가 전했다.

북한 정권은 식량난 등과 관련해 가뭄, 홍수, 태풍 등 자연 재해를 항상 탓해왔다는 것입니다. 또 국경봉쇄도 코로나 차단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2017년과 2018년 수출 감소에 따른 외환 부족 때문에 외환 유출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대북 제재도 “정권이 쌀 대신 핵무기를 만든 결정”에 따른 결과라며, 북한 정권은 이 모든 문제들을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러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생산성 향상과 성장을 견인하도록 내부 개혁 등 정책을 결정을 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He has the keys to success, he can decide he can make decisions that would give North Korea a huge boost in productivity and growth. Not just the nuclear, it's also related to internal reforms that he hasn't pushed through to the finish. He's done some, and they're important ones, and they're good ones, but he hasn't put through to fruition.

브라운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일부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내부 개혁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날 때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일부 국영기업으로부터 ‘수수료(fees)’를 받는 대신 생산과 가격 등에서 자율권을 준 조치는 옳은 방향이었지만 2017년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 이후 크게 위축됐으며,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공산주의 국가도 비생산성 때문에 일찌감치 중단한 ‘협동농장’ 시스템을 북한만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현재의 경제 위기가 주민과 생산주체들에 더 많은 재량과 자율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돌아서도록 김 위원장을 압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팬데믹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 위기 극복을 위한 기본적 조치부터 시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지난 5월 북한 평양 식당 내부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요원이 소독하고 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I think there are going to be limits. But North Korea needs to start taking the basic steps. It can try and raise imports of food, fertilizer, or other agricultural inputs and things to try and start rebuilding the situation domestically on the agricultural side. And then they need to work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try and start getting a better testing program in place, taking beginning vaccinations…”

식량난 해결을 위해 식량, 비료 등의 수입을 늘리면서 국내 농업 여건을 개선하고, 코로나 진단과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아프리카 등 저소득국의 백신 배분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감염이 없다고 주장하는 나라에 우선순위를 둘 명분이 없다며 북한의 투명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의 급선무는 “식량과 보건 안보의 안정화”라면서 북한이 1990년대 중반 그랬듯이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등 국제사회의 다층적인 지원을 수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뱁슨 전 고문] “What's really needed is an openness to a much more and more multilaterally supported effort for them to similar to what happened in the mid-1990s. China alone won't be able to be an adequate support system, they might give them some increased trade with we talked about yesterday…”

중국이 식량이나 석유 등 일부 단기적인 지원을 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북한에 필요한 지원을 중국 혼자서 제공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 정권이 최근 청년들에 대한 사회통제를 강화하고 한국과의 통신연락선 복원 사실을 일반 주민에는 알리지 않는 점을 거론하며 북한 내부에 상황을 관리해야 할 긴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현재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