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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톡] 미 전문가들 "장마당 경제, 북한 대기근 막아…제재 해제 없인 성장 불가능"


지난 2011년 9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지역의 장마당.
지난 2011년 9월 북한 라선경제특구지역의 장마당.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와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2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서 북한의 장마당 경제가 1990년대 대기근과 같은 상황을 방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 경제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두 전문가의 대화를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브라운 교수님. 김 위원장이 북한의 지도자가 된 뒤 경제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경제정책 측면에서 성과를 거둔 게 있나요?

브라운 교수) “지난 몇 주 동안 김정은의 발언을 듣고 지켜보면서 많은 면에서 조금 안쓰러웠습니다. 10년 전 그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을 물려받았습니다. 그가 잘한 일 중 하나는 자금상황을 안정시킨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을 끝냈습니다. 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또 원화 가치가 달러와 중국 화폐에 비해 매우 높게 유지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물가와 환율이 크게 변동하면서 모두 실패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자신이 잘한 일 한 가지가 지금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매우 좌절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스탠거론 선임국장님은 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경제적 성과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스탠거론 국장) “김정은은 집권 직후 북한 주민 누구도 허리띠를 졸라매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굶주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고 사회주의 경제의 혜택으로 주민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가 2016년부터 목격한 핵무기 추구가 지속되면서 제재가 이어졌습니다. 첫째, 경제를 성장시키기 어렵게 된 것이고, 둘째로는 기술로 전환하거나 사업 개발 자본으로 사용될 수 있는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결국 김정은이 핵 목표와 경제적 목표 사이의 긴장 상태를 풀기 전까지 북한이 견딜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길 바란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식량난 관련 발언을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식량난 관련 발언을 했다.

진행자) 김정은은 연초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고 경제난에 맞서 ‘고난의 행군’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브라운 교수님. 현재 상황을 1990년대 기근 상황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브라운 교수) “저는 북한의 기근과 관련해 말할 땐 늘 신중한 편입니다. 제가 1990년대 북한의 기근 때 미국 상무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당시 미국 정부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뒤늦게서야 상황을 알아차린 겁니다. 저는 기근과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들이 장마당에 의해 완화됐다고 볼 근거가 있기 때문이죠. 장마당은 기근을 방지했습니다. 장마당이 많이 생겨났죠. 그래서 그런 기근 상황에 가깝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스탠거론 선임국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스탠거론 국장) “저도 동의합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게 많습니다. 최소한 중국 무역자료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올해 곡물 수입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작년에는 매우 적은 양이 북한에 수입됐었습니다. 북한은 작년에 국경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수입과 수출은 문을 닫았었죠. 매년 다르지만 북한의 곡물 수입은 전체 수입의 8%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북한의 식량 수입이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식량 상황이 점점 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브라운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런 문제에서 장마당은 자원 확보와 분배 방식으로 도움이 된다는 거죠.”

진행자) 브라운 교수님. 북한과 중국의 무역이 지난해 급락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나요?

브라운 교수) 북한은 중국에 의존적입니다. 매우 중요한 한 가지 품목에서 더 그런데요. 현재 북한의 무역은 거의 0입니다. 모든 무역이 끝났습니다. 원유만 빼고 말이죠. 마오쩌둥과 김일성 시대에 둘은 조약을 맺었습니다. 북한이 원유 50만t을 원조 받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북한은 매달 5만t의 원유를 지난 25 ~30년간 중국에서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저는 중국이 무상으로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는 행위를 자주 비판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정도를 보면 어쩌면 중국은 영리한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에 단 하나의 생명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요. 물론 김정은도 알고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핵 폭발 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같은 나쁜 행동을 하면 중국이 그 밧줄을 끊어버릴 수 있고 그럴 땐 자신들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죠.”

진행자) 스탠거론 선임국장님. 북한이 현재 경제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스탠거론 국장) “현재 신종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몇 가지 일이 일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다른 모든 나라처럼 북한에서도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한 충분한 백신 접종이 이뤄져야 합니다. 다만 코로나가 지나가더라도 핵 프로그램이 야기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제재가 곧바로 없어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어느 정도 밀수를 허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북한을 현 상태에 머무르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코로나 상황을 해결해 국경을 개방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도록 한 뒤에는 핵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지난 5월 북한 평양의 한 학교 교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관한 수업을 했다.
지난 5월 북한 평양의 한 학교 교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에 관한 수업을 했다.

진행자) 스탠거론 선임국장님. 김정은과 북한 정권이 미국의 대화 요구에 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현재 상황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스탠거론 국장) “이전에 북한과 했던 두 번의 주요 협상에서 우리는 북한이 상당히 강한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지금 협상에 임하게 되면 북한 관점에서는 매우 약한 입장에서 협상에 나서게 되는 것이 됩니다. 제가 김정은의 입장이라면 대화 복귀 전에 신종 코로나 대유행을 먼저 이겨내길 원할 것입니다. 저는 코로나 상황이 미국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응하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브라운 교수님.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외부 세계에 스스로 개방을 하지는 않을까요?

브라운 교수) “그렇지 않습니다. 내부적인 문제가 있을 땐 개방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기근처럼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들로서는 지금 시점이 그렇게 절박하지도 않고 도움을 요청할 만큼 어렵지도 않습니다. 도움 요청도 안 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로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경제 개방 전에 자국의 내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초 한국이 이런 부분에 진정한 재능을 보였죠. 그들은 개방 이전에 화폐개혁을 통해 내부 문제를 먼저 해결했습니다. 중국도 그랬습니다. 저는 북한이 개방 준비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내부 개혁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브라운 교수님. 북한의 경제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을까요?

브라운 교수) “북한은 꽤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그저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건 불공정한 면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는 10년이나 20년, 30년 전과 비교해도 많이 변했습니다. 큰 변화는 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돈을 사용하죠. 이건 시장 경제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이죠. 지난 몇 주 동안 좋은 징조가 있었습니다. 북동부 지역의 쌀값이 폭등한 건데요. 많은 농민들이 쌀을 비축해서 장마당에 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보고 싶었던 올바른 시장의 반응입니다.”

지금까지 브라운 교수와 스탠거론 선임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브라운 교수와 스탠거론 선임국장의 대담은 한국 시간 3일(토) 오후 9시 VOA 한국어 방송 웹과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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