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후 북한 식량난 심화될 수도…국경봉쇄 속 지원 중단, 자연재해 겹쳐"

지난해 11월 북한 평양 사동구역 송신남새협동농장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오는 8월과 10월 사이 북한 식량난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국경 봉쇄 속에 외부 지원이 중단된데다 지난해 곡창지대의 자연재해까지 겹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올해 북한 식량 사정이 예년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시키며,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 사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약 86만 t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20년 양곡 연도’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전체 곡물 생산량을 도정 전 기준 약 556만 1천 t으로 추산하고 110만t의 곡물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FAO는 북한이 수입이나 식량 지원 등으로 이 같은 부족분을 메우지 못하면 오는 8월부터 10월 사이 북한 주민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 6월 ‘북한의 농업과 식량 상황 2020년 동향과 2021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최대 135만 t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의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서 북한의 식량난을 인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농업부문에서 지난해의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과 지원단체들도 수확기에 접어드는 8월부터 북한의 식량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장은 20일 VOA에 북한은 사실상 거의 매해 여름 가뭄과 고온 등으로 곡물 생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특히 지난해 이어진 여러 악재 때문에 올해 상황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So I’m not surprised with the major deficits and the summer will be very difficult. For past 10 to 15 years, there’ always been a food deficits to up 1 million tons and usually gets filled by outside import from China and food donations form UN donors. What happens in this year is that there has been no UN visit to access the potential deficits.”

소바쥬 소장은 지난 10년에서 15년 사이에 보통 연간 100만t 정도의 식량이 부족했던 북한이 이를 중국과 유엔 회원국 등의 식량 지원으로 메꿔왔다며, 하지만 올해는 식량 사정을 평가할 유엔 직원들의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외부 접근이 꽉 막혔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올 여름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돼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농업 기술 등을 전수하는 미국 친우봉사회 측은 지난 2019년 이후 방북하지 않은 만큼 북한 내부의 식량 사정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재스퍼 워싱턴 지부장] “The last shipment was the winter of 209-2020 and we would send them twice a year, once during the rice transplanting season and then once during the harvesting season.”

이 단체의 대니얼 재스퍼 워싱턴 지부장은 그동안 해마다 두 차례 모내기 철과 수확철에 북한에 농업 물품을 전달하고 적어도 한 차례는 북한에서 작황 조사를 벌였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막힌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단체가 마지막으로 북한에 농자재를 보낸 것이 2019년 겨울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종종 북한 내 협력농장 측에 연락해 국경이 열리는 즉시 지원 재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올 여름 극심한 폭염 등의 고온현상이 가뜩이나 수확량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농작물 생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이미 지난해 태풍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신종 코로나를 막기 위한 국경 봉쇄로 올해 식량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올해 두 달 정도 이어진 북한의 고온 현상을 올 여름 북한 식량 사정을 어렵게 할 새로운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The only thing I've got recently that's new from them about their concerns right now in this rice in this agriculture season is a concern about drought, not floods. It's been very very dry, couple of months. So the question is whether they're having enough moisture for the crop.”

8월 말부터 시작되는 곡물 수확을 앞두고 지속되는 매우 건조한 기후가 새로운 우려 요소 가운데 하나로, 수확철에 과연 충분한 강우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뱁슨 고문은 말했습니다.

대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 국장은 지난해 8월 초부터 거듭된 태풍과 홍수가 작황에 악영향을 줬다며 올 여름부터 가을 사이가 북한 내 식량 안보의 한계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워츠 국장은 가뜩이나 국경 봉쇄로 농업과 관련한 외부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 지난해와 같은 태풍과 비 피해가 발생한다면 북한이 더 극심한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