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러 수출액 급감...중국 외 국가와 교역도 크게 줄어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앞에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가 걸려있다.

북한의 대중국 교역액이 올해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3대 교역국 중 하나인 러시아로의 수출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교역 기록을 남긴 나라의 숫자는 4년여 만에 반으로 줄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올해 1~3분기 러시아에 수출한 물품의 총액은 62만8천 달러입니다.

VOA가 국제무역기구(ITC)의 무역자료를 살펴본 결과, 북한은 1분기와 2분기, 3분기에 각각 16만4천 달러와 6천 달러, 45만8천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1~9월의 185만 달러나 대북제재 이전인 2016년 같은 기간의 603만 달러와 비교할 때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본격화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다만 북한의 대러시아 수입액의 경우, 1~3분기 4천200만 달러로, 작년의 3천652만 달러 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또 2016년의 4천568만 달러와 비교해도 소폭 하락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 등으로 최대 무역국인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대한 수출액이 예년의 13분의 1수준으로 나타나 주목됩니다.

ITC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즉 4~6월 동안 북한이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과 기록한 수출 총액은 730만 달러였습니다.

이미 제재의 여파로 수출이 위축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천184만 달러와 비교해 약 14%, 또 제재 이전인 2016년 2분기의 9천769만 달러에 비해서는 7.4%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교역액이 크게 급감한 가운데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액도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수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북한은 2016년 2분기를 기준으로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로부터 약 7천122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했고, 제재 여파가 가시화된 지난해에도 3천25만 달러의 수입액을 나타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수입액은 불과 2천133만 달러로, 작년보다 약 1천만 달러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ITC는 각 나라들이 제출한 수출입 자료를 공개하는 만큼, 이번 자료에는 아직 2분기 무역실적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나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을 감안한다고 해도, 예년에 비해 북한의 무역액 감소폭이 상당하다는 점은 눈 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북한이 무역을 한 나라들의 숫자도 올해 크게 줄어든 점도 주목됩니다.

올해 상반기(1~2분기), 북한과 최소 1천 달러의 수출 기록을 남긴 나라는 39개로, 지난해 62개나 2016년의 83개와 비교할 때 최대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수입국 역시 올해 상반기 29개 나라로, 41개였던 지난해나 58개였던 2016년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종합해 보면 대북제재로 인해 크게 위축된 북한의 무역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나면서 또 한 번의 타격을 입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앞서 VOA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지난 10월 북중 무역 총액이 165만9천 달러로, 두 나라 무역액이 공개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아직까지 다른 나라들의 하반기 무역액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올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액 역시 20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 지표 등을 근거로 북한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달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중 무역액 감소 상황이 이전과 매우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show how little trade is going on. Throughout the year there has been…”

북한의 핵 개발 등으로 인해 촉발된 유엔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최근까지 북한과 중국의 무역은 계속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10월엔 무역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수준이 됐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유엔 제재가 막지 않은 물품의 수출입마저 감소했다면서, 이는 제재를 넘어선 경제적 파장이 북한 내에 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