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는 3만 3천 명의 탈북민 가운데 약 3%가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서비스업에 진출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특히 창업 초기 자금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국제 비영리단체인 '아시아 파운데이션'은 지난 3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자영업 활동 상황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원'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탈북민 가운데 절반 가량인 49%가 사업체에 고용되는 것 보다는 직접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탈북민들이 개인사업을 '자유', '사회적 지위', '성공'과 연관시키고 있고, 이런 부분이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을 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 개인사업을 운영하는 탈북민은 많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2020년 12월 현재 약 3만 3천 명의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했으며 이 가운데 자영업에 종사하는 수는 약 3.3%인 1천 100 명 가량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131명의 탈북민 출신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들의 사업체 운영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탈북민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대부분 소규모로, 65%가 지난 3년 안에 설립된 신규 사업체입니다.
또 75%는 고용주를 포함해 4명 미만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18%는 고용주 혼자, 혹은 시간제 근로자 1명과 함께 일하는 형태입니다.
보고서는 절반 이상의 사업체의 연간 수입이 5천만원, 미화 4만4천 달러 이하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업체의 58%가 연간 수입이 5천만원, 미화 4만 4천 달러 이하이고, 41%는 1억원에서 5억원, 즉 미화 8만 8천 달러에서 44만 달러 사이, 그리고 3%만이 10억원, 미화 88만 달러 이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는 겁니다.
직종별 분류에서는 '서비스직'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업체 가운데 대다수인 84%가 자신의 업체가 서비스업에 연관돼 있다고 밝혔는데, 이 중에서 식품업과 도소매업이 각각 2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개인비즈니스 서비스와 운송업이 각각 20%와 19%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비스업에 이은 분야는 제조 및 건설업으로 전체 업체 가운데 12%를 차지했습니다.
축산, 어업, 양식업 등에 종사된 사업체는 5%로 가장 낮았습니다.
탈북민 자영업자들은 사업체 운영에서 가장 큰 어려운 부분이 '자금' 확보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초반에 투입되는 자금으로 최소 수 천만 원이 필요한데 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탈북민 자영업자들의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사업체 가운데 22%가 초기 3천만원에서 5천만원, 미화 2만 7천 달러에서 4만 6천 달러의 자금이 투입됐다고 답했습니다.
초기 투입 자본이 1천만원, 미화 9천 100달러 미만인 사업체는 전체의 12%였습니다.
가장 많은 초기 자금이 투입된 경우는 5억원, 미화 46만 달러로 전체 사업체 중 1%에 불과했습니다.
탈북민 자영업자들은 자금 확보 외에도 과도한 경쟁, 소비자 인식, 좋은 자재 확보, 정부와의 관계, 우수품질 보장 등이 사업 운영에서의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탈북민 자영업자들의 활동은 한국과 북한이 후에 어떤 삶을 공유할 수 있을지를 미리 보여주는 창이라며, 이들의 성공을 지원하는 것은 남북 간 더 큰 관여와 통일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기본 훈련프로그램뿐 아니라 탈북민 자영업자들의 사업활동 결과에 대해 구조적인 평가와 지원이 필요하며, 탈북민 개별업체 운영에 대해 맞춤형 훈련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 사업 지원 기구를 강화하고 탈북민 사업체를 위한 공급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탈북민을 위한 네트워크 강화 역시 도움이 된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