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결핵의 날…"코로나 여파로 북한 등 결핵 고위험국 상황 더욱 악화"

지난 2018년 5월 북한 평양의 결핵병원 환자들.

매년 3월 24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결핵의 날’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북한 등 결핵 고위험국들의 상황이 더 악화됐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결핵의 날인 24일,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2만 8천여 명이 결핵에 감염되고 4천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결핵의 날 주제를 ‘시간이 흘러 간다’(The Clock is Ticking)로 정한 WHO는 지난 2019년 140만 명이 결핵으로 숨지고 1천만 명이 감염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46만 5천 명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결핵 퇴치를 위한 행동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WHO는 특히 현재 국제 보건 상황은 결핵뿐 아니라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종식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핵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환자의 결핵균을 주위 사람들이 들이마심으로써 감염되는 전염병입니다.

WHO는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결핵 환자 6천300만 명을 치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면서 결핵 퇴치 노력이 뒤로 밀릴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등 전 세계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지원 사업을 벌이는 국제협력단체 글로벌펀드도 이런 점을 지적하며, 결핵 고위험국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펀드] “Global Fund surveys in 13 countries with the highest TB burden in the world reveal that 29% fewer people were tested for TB compared to 2019. Worse, in those same countries, there were 45% fewer people tested for multidrug-resistant TB – one of the most frightening forms of antimicrobial resistance.”

글로벌 펀드는 결핵 고위험국으로 지정된 13개 나라를 대상으로 지난해 결핵 검진율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29%가 줄었고, 치료가 어려워지는 다제내성결핵 검진율은 45%나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 보건 단체와 의료진, 연구진 등이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 퇴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치료 시기를 놓친 결핵 환자 1명이 1년 동안 무려 평균 1천 15명을 감염시키거나 숨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고위험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결핵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결핵 치료와 코로나 퇴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혁신적 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WHO가 지정한 30개 결핵 고위험국에 포함됐습니다.

WHO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9 세계 결핵보고서’에서 북한의 결핵환자 수와 다제내성 결핵환자 수 규모가 각각 세계 20위 안에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의 전체 결핵환자 수는 13만1천여 명이었고, 여러 가지 결핵치료제에 대해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는 5천200명으로 추산됐습니다.

보고서는 2019년 북한 주민 2만여 명이 결핵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주민 10만 명 당 80명이 사망한 것으로, 한국의 4.8명 보다 16배, 세계 평균 20명 보다 4배 높은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 유입을 막겠다며 1년 넘게 국경을 봉쇄하는 등 극도로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이

북한 내 결핵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다제내성 결핵 치료제를 지원해 온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필수 보급품 이송이 지연됐고 8월부터는

인도적 지원 물품의 국경 통과가 완전히 가로막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결핵 치료제와 진단 장비가 부족해질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세문 국제보건학 박사는 2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결핵 치료에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며, 그 기간 동안 공백기 없이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세문 박사] “결핵을 치료하는 약제 4가지에 내성이 생겨서 그보다 더 강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를 다제내성 결핵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 약이 떨어지면 사람들이 이 약 저 약을 복용하게 되죠. 그러면 정해진 약, 보통 6개월을 먹어야 하는데 약이 없어서 이 약 저 약을 먹다 보면 내성이 생기고 결핵균이 변이를 일으켜서 내성이 생기면 더 악화하는 것이죠.”

최 박사는 결핵약과 진단 장비가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세문 박사] “기존의 약이 다 떨어지면, 진단도 못하고 치료도 못하니까 아무래도 결핵으로 인한 부담이 훨씬 커지는 그런 상황이죠.”

북한에서 결핵 치료 사업을 펼쳐온 미국의 한 구호단체는 24일 VOA에, 여전히 북한 국경이 굳게 닫혀 결핵 치료제가 북중 국경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치료가 시급한 결핵 환자들의 상황이 우려되지만, 내부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도 지난해 10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결핵 진단과 치료 물품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 받았지만 북한에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