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북한이 여름을 앞두고 태풍 대비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국경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북한의 태풍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진행자) 이제 곧 여름이 되면 한반도에서는 장마가 시작되고, 태풍이 강타할 텐데요. 올해 한반도에 태풍이 몇 개나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한국 기상청은 24일 발표한 ‘2021년 여름철 3개월 기상 전망’에서 올해 태풍이 평년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통상 여름철에 태풍 2~3개의 영향을 받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는 최근 들어 태풍 발생 횟수보다는 강한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여름철 이후 9~10월에 태풍 발생 횟수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최근 태풍 대비에 나서고 있죠?
기자) 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24일 지난해 수해를 겪었던 함경남도의 태풍 대비 상황을 전했는데요, 시.군 양묘장들에서 나무를 대대적으로 심고, 강과 하천 정리 공사, 제방 공사, 해안구조물 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 ‘메아리’도 북한 전역의 철광산이 태풍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며, 최대 철광산이 있는 함경북도 무산광산연합기업소는 도로에 안전밧줄을 설치하는 등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특히 지난해 태풍 피해가 심각했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쳐서 사회,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죠?
기자) 예. 북한은 지난해 8월 홍수에 이은 태풍 ‘바비’로 최대 쌀 생산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도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때 3만 9천 300여 정보, 약 390 제곱킬로미터의 농경지가 피해를 입고, 주택 1만 7천여 세대, 공공건물 630여 동이 파괴됐습니다. 9월에는 9호 태풍 마이삭과 10호 태풍 하이선이 함경남도 함흥평야 일대와 강원도 최대 쌀 생산지인 안변 지역을 연이어 강타했습니다. 검덕지구에서만 주택 2천여 세대가 침수되고 도로 6만 미터가 유실됐습니다.
진행자) 해마다 북한에서 태풍 피해가 거듭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우선 태풍의 경로에 한반도가 있고, 또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태풍과 허리케인 피해가 커지고 있는 점을 먼저 지적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도 유독 북한만 태풍 피해가 큰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기자) 예.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의 대니얼 워츠 국장은 25일 VOA에 북한에서 태풍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영향이 큰 이유가 세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First, deforestration in N Korea has increased the severity of damages from typhoons as hillsides are cleared of trees to make way for hillside farms or as trees are chopped down to be used as fuel.”
워츠 국장은 우선 산림 파괴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다락밭’ 조성과 연료 확보를 위해 나무를 많이 베어 산림이 파괴됐다는 것입니다. 또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낙후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워츠 국장] “Finally, just overall chronic food insecurity in N Korea makes the humanitarian impact of typhoons a lot more severe and flooded fields will lead to reduced crop yields and compound food insecurity and a bad harvest in N Korea.”
워츠 국장은 가뜩이나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태풍이 강타하면 식량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밭이 침수돼 작황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지난해 군을 동원해 검덕광산을 복구하고, ‘80일 전투’를 벌여 수해 복구에 나섰는데요. 북한의 재난관리 역량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기자)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5일 VOA에 “사회기반시설, 주택, 수자원 관리체계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at requires real development investment in infrastructure, both housing and land, water infrastructure and they don’t have a capital investment to do that. Their historical response is to mobilize labor to go in and fix what they can. That leaves a lot of people having negative impacts on their livelihoods and their standard of life.”
뱁슨 고문은 하지만 “북한은 ‘자본투자’ 여력이 없어 지금까지 인력을 동원해 고칠 수 있는 것을 고치는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동원된 인력들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국제사회가 북한을 도울 여지는 없나요?
기자) 지금은 코로나에 따른 국경 봉쇄로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녹취: 워츠 국장] “Right now it’s extremely difficult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do much of a direct response if N Korea is to be hit by typhoons later this year.”
워츠 국장은 “북한이 올해 태풍 피해를 입어도 국제사회가 직접 돕기는 매우 힘들다”며 북한에 상주하는 유엔 직원도 없고, 국경도 1년 이상 봉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재난대응과 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훈련을 국제기구가 원격으로 북한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폐쇄성도 외부의 지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죠?
기자) 예.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대부분 나라들이 매우 다양한 분야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여러 단체들이 북한에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재난 대응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노력을 기울인 부분도 있죠?
기자) 예. 태풍 피해가 심각했던 지난해 `조선중앙 TV'는 이례적으로 재난방송 체제를 잇따라 가동했습니다. 또 폭우 등에 대응할 국가 조직인 ‘큰물피해복구 중앙지휘부’도 지난해 말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북한의 태풍 대비 노력과 국제사회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