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지역에 자리한 ‘의주 비행장’에 검역 시설로 보이는 건물 여러 채가 들어섰습니다. 북한이 국경봉쇄를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아닌지 주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북중 국경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 인근 ‘의주 비행장’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22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비행장 중앙부위에 위치한 활주로 옆으로 폭 약 30m, 길이 약 90m의 직사각형 건물 10채가 들어선 모습이 확인됩니다.
건물들에는 각각 빨간색과 청록색, 파란색 등 다른 색의 지붕이 있으며, 일부는 또 다른 작은 구조물이 바로 옆에 세워져 있거나 건물 뒤편 유도로로 도로가 연결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 건물들은 활주로 바로 옆에 붙어 있어, 활주로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의주 비행장에서 처음 변화가 포착된 건 지난 3월입니다.
‘맥사테크놀로지’가 3월16일 촬영해 구글 어스에 공개된 또 다른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이곳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관측됩니다.
특히 새로운 건물 부지 바닥이 다듬어지거나 목조를 이용해 건물의 뼈대가 만들어진 장면도 촬영됐습니다.
또 민간과 군용으로 동시에 이용돼 온 해당 비행장에는 오랜 기간 북한의 소형 폭격기들이 배치돼 있었지만 공사를 전후해 모두 자취를 감췄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공항 안으로 철도가 연결됐다는 점입니다.
당초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로 이어지는 철교인 조중우의교에서 의주 방향으로 이어지는 철도가 놓여 있었는데, 지난 3월 공항 인근에서 이 철도의 갈래길이 만들어지고, 이중 새로운 철도가 공항 안쪽으로 연결됐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건너온 열차들이 의주 공항으로 향할 수 있게 됐으며, 반대로 이곳을 출발한 열차가 신의주를 거쳐 중국 단동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태입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 대학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만든 건물이 물자를 보관하는 용도 외에 큰 특이점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at means, to me these buildings are probably for storage…”
이어 이 건물이 공항에 지어지고 공항으로 철도가 연결된 점이 흥미롭다면서, 이를 토대로 볼 때 의주 공항은 항공기는 물론 열차로도 물자 수송이 이뤄질 수 있는 장소로 해석된다고, 한센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다만 한센 연구원은 활주로와 건물들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미국 등 다른 나라라면 항공기의 이착륙용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활주로와 꽤 가깝게 건물을 지은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로선 의주 비행장에 건물 여러 채가 들어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이 시설이 중국에서 건너온 물품들의 검역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도해 사실 여부가 주목됩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3월 신의주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의주 비행장에 중국발 화물 등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역 전용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만약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의주 비행장에 건설된 여러 건물들은 검역을 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가정을 해 볼 수 있으며, 철도 역시 중국에서 넘어온 열차들이 싣고 온 물품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 당국이 중국과의 교역 재개를 위한 준비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초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한 데 이어 지난해 7월부턴 이 조치를 한층 더 강화해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을 전면 중단했었습니다.
현재 북한과 중국의 국경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의주 비행장은 물론 북중 국경지대 인근에서도 두 나라 사이를 왕래하는 차량이나 열차는 위성사진 등을 통해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29일 VOA에 북한이 당초 계획과 달리 국경봉쇄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f they are building this, they must have planned open...”
코로나 상황 속에 검역 시설을 지었다면 분명 국경을 개방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경봉쇄 해제가 자꾸 미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일반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수입품’ 등 물건을 통해 유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런데도 북한이 이런 검역 시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 다른 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re are people here in Virginia saying the same thing…”
브라운 교수는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 주나 미국 다른 어느 곳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물품 검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지만, 관련된 토론과 논의가 이뤄지고, 과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그럴 필요까진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에는 최상위 계층이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토론이 이뤄질 수 없고, 때때로 불필요한 건설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구조라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과거 불필요한 프로젝트를 시행한 사례가 많다면서 전반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변화를 주지 않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