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 코로나 지원 모금, 목표액 9% 그쳐…내년 계획도 미정

지난 28일 북한 평양의 제1백화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방역요원이 영업 시간 전 소독을 하고 있다.

올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모금은 목표액의 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엔과 민간 구호단체들은 내년도 지원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30일 공개한 ‘2020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도적 대응’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주민 550만 명에 대한 지원을 위해 3천 970만 달러가 필요했지만 9% 가량만 모금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아프가니스탄과 방글라데시, 이란, 미얀마, 필리핀, 파키스탄 등 코로나 다중 대응 계획(MSRP)이 필요한 7개 나라에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나라는 신종 코로나 발병 이전부터 복잡한 비상사태와 분쟁, 자연재해 등의 여파로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우선순위국으로 꼽혔으며, 모두 1천 930만 명이 원조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이 이들 7개 나라의 신종 코로나 대응 지원을 위해 올해 목표로 정한 예산은 12억 달러로,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5억 8천 100만 달러가 모아졌습니다.

보고서는 또 동아태 지역 28개국 9천 700만 명을 지원하기 위해 39억 달러가 필요했으며, 국제사회는 이 가운데 55% 정도인 22억 달러를 기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올 한 해 인도주의적 요구와 인간의 취약성은 여러 나라에 걸쳐 커졌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는 신종 코로나 여파와 맞물린 장마와 홍수, 산사태, 사이클론 등으로 두 배로 힘든 해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내년에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나라와 지원 규모를 책정한 ‘글로벌 인도적 지원 개요 2021’에 북한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유엔은VOA에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로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OCHA 공보실] “We were unable to conduct field assessments and monitor the humanitarian situation in DPRK because of COVID-19-related movement restrictions and to access to new verifiable data. Based on those reasons, the UN Resident Coordinator a.i., in agreement with the Humanitarian Country Team, agreed that DPRK’s needs analysis and the projection of humanitarian situation for 2021 will not be included in the GHO at this time.”

북한 당국의 이동 제한 조치와 새로운 자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현장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고, 북한 내 인도주의적 상황을 점검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미국 내 구호단체들은 내년에도 대북 인도주의 지원사업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친우봉사회의 다니엘 재스퍼 소장은 30일 VOA에, 최대한 이른 시점에 대북 지원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재스퍼 소장] “We are hoping to continue our program as soon as possible. We are keeping our permissions up to date and are waiting for the situation to improve.”

재스퍼 소장은 대북 지원에 필요한 허가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상황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20여 년간 결핵퇴치 사업을 벌여 온 구호단체도 VOA에 내년도 대북 지원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결핵 치료약품 등이 북한의 국경 폐쇄 조치로 반입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단체는 하루빨리 북한의 국경의 문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