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풍경] 탈북민 권투선수 최현미, 미국 진출전 승리

탈북민 출신 권투선수로 세계복싱협회 WBA 여자 슈퍼페더급 챔피언인 최현미.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탈북민 출신 여성 권투선수 최현미 씨가 세계복싱협회 WBA 여자 슈퍼페더급 세계 챔피언전에서 승리하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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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음 녹취] ”Choi certainly has much better technique…”

“최현미 선수가 훨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오, 도전자 실가도 선수가 라이트 훅을 크게 날렸습니다.”

지난 18일 미 남동부 플로리다 주 할리우드 세미놀하드록 호텔 카지노에서 열린 WBA 슈퍼페더급 세계 챔피언전에서 30세 한국 선수 최현미와 콜롬비아의 칼리스타 실가도 선수가 링 위에 올랐습니다.

17승 1무승부, 네 번의 KO승 기록을 가진 최현미 선수와 19승 3무승부 11패 중 14번의 KO승을 기록한 실가도 선수의 대결.

175센티미터 장신의 최 선수는 강한 펀치를 날리는 도전자의 공격에 능숙하게 대처하며 경기를 이끌었습니다.

경기 해설자는 최 선수가 이번 경기에서 좋게 보여야 하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에서의 첫 경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10회전까지 치러진 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큰 부상 없이 경기를 마쳤는데, 최현미 선수가 3대0 판정승을 거두면서 타이틀 8차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한국의 `스포티비뉴스’는 “최현미는 키 165cm의 실가도를 원거리에서 두들겼다. 왼손 잽과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기선을 제압했다. 2라운드 오른손 보디블로로 실가도를 뒷걸음치게 했으며 실가도의 거친 싸움에 말려들지 않았다”라고 경기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미국의 권투 전문매체 `복싱 신’은 “최현미가 자신의 타이틀을 유지하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 선수는 지난해 미국의 매니지먼트 회사와 계약을 맺은 뒤 VOA에 미국 진출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최현미] “복싱을 하는 모든 선수들이 라스베이가스에서 경기하는 게 꿈이에요. 그게 목표고 그게 제가 미국에 진출하게 된 이유에요. 아직 욕심이 더 많고, 아직 잘 할 수 있고, 아직까지 패가 한 번도 없잖아요. 제가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같아요.”

평양에서 나고 자란 최 선수는 김철주사범대학 총감독의 눈에 띄어 11세에 권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2004년 가족과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최 선수는 2008년 WBA (세계권투협회) 여자 페더급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프로권투 선수로 데뷔했고, 2013년 체급을 바꿔 슈퍼페더급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 권투선수이자 탈북민 선수로서 어려운 환경에서 싸운 최 선수는 이번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12년째 챔피언 자리를 지키게 됐습니다.

최 선수에게 이번 경기는 몇 가지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녹취: 최현미] “작년부터 미국에서 시합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지연돼서 이번에 미국에서 시합하게 됐습니다. 시합을 1년 6개월 만에 하게 됐어요. 링에 오른 지 오래돼서 몸 푼다고 생각했던 시합이었어요. 링 감각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켜야 하는 데뷔전이었던 동시에 장기간 링 위에 오르지 못해 무뎌진 링 감각을 살리기 위한 경기였습니다.

또 한 가지, 미국 현지에서 체험한 일부 아시아계 선수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는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녹취:최현미] “제가 세계 챔피언인데 실력이 아니라, 아시안이라 SNS에서 말을 막 해요. 그래서 “잘못된 선입견 버려.” 이런 의미가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제가 살아온 선수의 삶과 한국에 부모님의 걱정과 응원에 보답하는..”

게다가 두 달이 채 안 되는 경기 준비 과정을 거치며 2차 코로나 확산으로 미국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녹취: 최현미] “제가 100% 컨디션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어요. 하루는 방에서 아무것도 못 했고 두 번째 날도 세 번째 날도 50분만 운동하고, 모든 선수들에게도 처음이겠지만, 타지에서 살을 빼가면서 코비드 상황에서 처음으로 겪어나갔던 것이, 어쩌면 제일 힘든 시합이 아니었나. 이 모든 상황들이 모든 컨디션을 최악으로 끌고 갔던 것 같아요. 정작 제대로 운동한 게 3주 인 거에요. 스트레스가 많았죠. 엄청 스트레스 받았어요. 이렇게 시합해 본 적이 없어서.. 모든 것을 혼자 컨트롤 해야하는 것, 무너지면 안 되니까.”

최악의 컨디션으로 올랐던 경기에 전례 없는 무관중 경기 역시 매우 낯선 경험이었는데요, 최 선수는 오래전 아마추어 시절이 생각났다면서 미국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기 위해 초심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로 받아 들였습니다.

최 선수의 미국 매니지먼트 회사인 파코 프레젠츠&돈 차긴 프로덕션의 돈 차긴 쥬니어 씨는 VOA에 권투 경기에서 관중은 선수에게 뛸 수 있는 힘을 준다며, 당시 경기는 선수들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돈 차긴] “That’s important, it’s been though. not having fans and audience really has an impact like in the all the sports you know..”

그러나 최 선수는 무한한 능력을 갖췄고 매우 현명하고 영리한 선수인 만큼 제한적인 준비 과정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경기를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선수는 여성 권투 경기의 홍보대사로서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데다 뛰어난 가능성을 가진 준비된 선수라며 미국 내 활동에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돈 차긴 대표는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인 만큼 최 선수가 태어난 나라가 북한이라는 점이 미국 내 선수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어려운 탈북 여정과 그간의 선수생활은 그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미국 진출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최 선수와 그의 팀은 앞으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8명의 멤버를 구성해 최 선수의 미국 진출전을 도왔던 돈 차긴 대표에 따르면 최 선수는 내년 봄께 영국에서 통합타이틀전을 치르게 됩니다.

상대는 24세 영국인 테리 하퍼 선수로 2019 년부터 IBO 여성 슈퍼 페더급 타이틀을, 2020 년 2 월부터 WBC 여성 슈퍼페더급 타이틀을 보유한 프로복서입니다.

돈 차긴 씨는 하퍼 선수가 매우 거칠고 강하며 입증된 선수라며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녹취:돈 차긴] “You can’t take her lightly. Her name is Terry Harper. She is very very accomplished fighter ..”

최 선수는 내년에 치를 경기에 대해, 이번 경기를 통해 발견한 문제를 고쳐가며 훈련에 임할 것이면서도 진다는 생각으로 링 위에 오르지 않으며, 자신감은 열심히 준비한 선수가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최현미] “저는 이번 시합이 정말 엄청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이것보다 안 좋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이번 시합을 통해 부족했던 부분은 채워나가면 되는 거니까.

최 선수는 미국에서 활동하게 되는 만큼 한인사회의 관심을 부탁했습니다.

[녹취: 최현미] “제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서. 제가 이렇게 대한민국 복싱 선수로, 세계 챔피언이 미국에 와서 활동하고 있으니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현미 선수는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채널 ‘페서프로 최현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번 경기에 앞서 지난 17일 응원을 당부하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녹취: 최현미] “안녕하세요. 최현미 입니다. 방금 저는 계체량을 통과했습니다! 내일도 컨디션 조절 잘해서 시합 8차 방어전 성공하겠습니다. 화이팅! 응원해주세요!”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