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에서 오래 거주한 미국인이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의 역사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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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녹취: 우물 밖의 개구리] “저희가 한국 역사 이야기할때 역사의 시작은 단군이야기잖아요? 그런데 흥미로운게 있어요. 북한에서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 역사에 대한 탈북민과 미국인 한국학자의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집니다.
[영상 녹취: 우물 밖의 개구리] “제가 북한에서 배우기는 단군은 실존 인물이에요. 단군능이 있거든요? 발굴해서 뼈를 발굴해서 연대 측정을 했어요. 93년도에 발굴했고 94년도에 능을 지었거든요. 그래서 북한에서 배우기는 한반도 역사는 5천년 역사다. 그런데 한국에서 대학에서 강의를 들었는데, 단군은 신화, 실존 인물이 아니다.. 한반도 역사가 5천년이 아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단군 신화는 초기국가 시대 한국 민족의 시조이고 고조선의 단군왕검 신화로 7개 이야기로 구성됐는데, 곰이 호랑이와 함께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가 곰만 여자로 화신했다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한국의 역사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저명한 역사적 인물’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는데, 남북간 단군 신화에 대한 차이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단군 신화에 대한 탈북민의 질문에 미국인 한국학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상 녹취: 우물 밖의 개구리] “애메해요. 신화는 신화인데, 그런 틀림없고요. 신화 속에 사실이 있는 거죠. 단군의 문제는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단군의 어머니는 곰이에요. 옛날에 집단사회 할때는 각 집단은 짐승을 대표하는 거에요. 남한에도 단군이 실존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 역사는 2천 년이 안됩니다. 단군 이야기는 재미있는 이야기에요. 많은 사람은 진담이라고 생각해요.”
이 영상은 ‘라이브 한국사 강의 8회, 누가 한국사를 만들었을까?’인데 지난달 22일 생방송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영상에서 토론에 참여한 사람은 탈북민 유학생 제이크 김 씨를 포함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미국인 유튜버들입니다.
강의는 단군 신화부터 시작해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 성리학의 창시자 주희 등 인물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내용이 한 시간 동안 다뤄졌습니다.
유튜브 채널 ‘우물 밖의 개구리’ 는 운영자인 마크 피터슨 브리검영대학 전 교수의 주도로 현재까지 9개의 연속 한국사 강의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채널은 한국의 사대주의, 한국의 저항문학, 한국인들이 모르는 제너럴 셔먼호 사건 등 묵직한 주제에서부터 한국의 드라마, 영화, 언어 등 다양한 내용을 미국인 학자의 시각으로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 서부 유타주에 거주하면서 매년 10여 차례 한국을 방문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인 한국학 박사 마크 피터슨 교수.
피터슨 교수는1965년 19살의 나이로 선교사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하버드대학에서 동양학을 공부하며 한국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5년 동안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한국학을 연구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피터슨 박사는 VOA에 미국인으로서 한국사 강의를 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역사 의식에 대한 자신의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마크 피터슨] “한국은 어떤 것인가 너무나 관심있어서 한국학 하기로 했었어요. 당시에는 한국을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하기로 했었는데, 이제 유튜브를 하는 동기가 나는 책도 썼고, 강의도 했지만, 유튜브로 많은 사람에게 강의를 할 수 있는 거에요. 지금 구독자가 8만 명인데, 어느 때 영상은20만명 30만명 40만 명 봅니다. “
우물 밖의 개구리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다른 관점을 가진 미국인 학자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알리고 싶다는 피터슨 교수의 메시지는 한 마디로 “한국의 역사는 그렇게 비참하거나 우울하지 않다”는 겁니다.
[녹취: 마크 피터슨] “제 메시지가 있어요. 한국은 역사가 대단한 역사라고 생각하는데 한국 내에서 너무 짧게, 비참하게 보는데 나는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보는 한국 역사는 조금 달라요. 우물 밖의 개구리니까. 좀 더 좋게, 너무 비참하지 않아요.”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우울하고 어두운 인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피터슨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통한 인식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한국의 역사는 좋지 않았지만, 한국은 근본적으로 단단하고 독립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한국보다 더 많은 침략을 받은 나라가 많았고, 무엇보다 한국은 위기를 겪고 침략을 당해도 회복력이 매우 뛰어나며 안정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증거로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때 한국의 옛 왕조는 5백년, 1천 년 동안 이어졌고 가야에서 신라, 고려에서 조선 등 정권 교체도 매우 신속하게 이뤄질 만큼 특별하다는 겁니다.
또한 한국에 많은 성 씨에 대해 한국인들이 못 보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피터슨 교수.
[녹취: 마크 피터슨] “우물 밖의 개구리로 해석하면 김 씨는 (한국인의)21%, 이 씨는 15%, 박 씨 9% 아주 이상합니다. 다른 나라는 한 성 씨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이 씨 김 씨 박 씨는 모두 왕가입니다. 다른 나라는 왕조가 무너질 때 멸망시킵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성 씨가 많죠. 한국의 지배층이 1천5백년 동안 갔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세계 역사에 아주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터슨 교수의 이런 활동은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홍보문화원이 진행하는 `팩트코리아’와 함께 역사 바로잡기 사업에 반영됐습니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고?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피터슨 교수는 중국 정부가 한국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의 한 언론매체는 지난 2017년 4월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 문화체육부 해외문화홍보원은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는 ‘동북공정’ 논란에 대해 “양국간 구두 양해각서와 합의가 있었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한편 피터슨 교수는 북한의 역사에 대해서는 탈북민들을 통해서도 배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피터슨 교수와 함께 북한에서 배우는 한국사와 북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제이크 김 씨는 VOA 에, 미국인 학자가 한국사를 한국말로 가르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한국사를 긍정적이고 안정적으로 바라보는 피터슨 교수의 관점을 이해한다며, 굴곡의 역사를 겪어낸 당사자들의 정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의 활동은 매우 의미있고,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청년 시절 한국을 방문한 후 동양학과 한국학에 심취해 삶이 바뀐 올해 74세인 피터슨 교수의 한국 이름은 배도선.
나주 특산물인 배를 좋아해 나주 배 씨에, 길과 선함을 의미하는 도선이란 이름을 지었다는 내용의 영상에서는 나이든 학자의 여유로움과 유머가 엿보입니다.
[녹취: 마크 피터슨] “(왜 배 씨 인가요?) 이름이 피터슨인데, ‘피’는 ‘Pee(소변)’이라서 안좋아요. 나주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나는 미국 배 입니다.”
배도선 교수는 앞으로 라이브 방송을 이어간다면 기초적인 부분 보다 깊이 있는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내용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