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올림픽 공동개최 사실상 무산…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동력 상실

지난 2020년 4월 서울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2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지난 2018년 남북정상 합의로 추진됐던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놓이고 남북관계도 악화되면서 공동개최 추진의 동력을 상실한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집행위원회는 오는 2032년 하계올림픽 우선협상지로 호주 브리즈번을 선정하겠다는 미래유치위원회의 권고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25일 발표했습니다.

브리즈번이 우선협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남북한이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유치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에 나서기로 합의했고, IOC도 이를 환영하며 남북한 당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남북한은 그해 10월 제5차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고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체육회담을 10월 말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실무적인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2018년 11월2일과 12월14일 두 차례 체육분과회담을 열었습니다. 결국 2019년 2월15일 도종환 당시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북한 김일국 체육상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올림픽 공동개최 의향서를 전달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미-북,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공동 올림픽 개최 추진 동력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한체육회 남북체육교류위원회 위원이자 한국 통일부 사회문화교류 분과 정책자문위원인 김동선 경기대 교수는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올림픽 공동개최와 관련해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동선 교수] “IOC에서 북한에게도 9.19 남북정상회담 때 2032 올림픽 공동 유치에 협력하기로 합의했으니 그래서 서울에서 한다고 하니까 공동으로 같이 해라, 너희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겠다고 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해서 받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북한에게는 IOC가 그것을 주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북한의 액션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공동개최 성사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월 2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유치와 개최 추진계획안을 의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한의 호응을 이끌고,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악재들이 잇따라 터졌습니다.

지난해 6월 북한이 거센 대남 공세를 이어가면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남북관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남북간 교류는 물론 북한이 외부와의 교류를 사실상 모두 차단했습니다.

당초 이 사업의 추진 초기부터 일각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북 핵 협상이 진전을 보여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북한이 올림픽을 개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올림픽 공동개최는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의 일환으로 추진했고 단순한 남북 체육교류 차원이 아닌 정치적 성격이 강한 제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과의 정세 전환 이후의 과정들이 만약 순탄하게 왔다면 북한도 그런 관계 개선에 기초해서 국가발전전략을 올림픽에 목표를 두고 갈 수 있는 여지는 있었다고 보는데,전체적으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정세가 풀리지 않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정치적 제안에 가까웠던 올림픽이 상당 부분 형해화될 수밖에 없는 그런 속성을 갖고 있었다고 봅니다.”

김동선 교수는 우선협상지로 선정된 브리즈번이 올림픽 개최를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이런 모든 상황을 감안해도 남북 정상의 합의 정신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과 조치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호주가 우선협상지로 지정된 상황이 남북간 합의사항이기도 한 ‘서울 평양 공동올림픽’ 개최에 좋은 여건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아직 개최지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IOC의 협상 정을 더 지켜보며, 통일부뿐 아니라 유관부서와 협력하는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