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아베 총리, 납북자 문제 ‘과감한 행동’ 다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019년 5월 도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과감한 행동을 다짐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납북자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최근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요코타 메구미를 비롯해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의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과감히 행동해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는 겁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일본인 납북자의 상징인 메구미의 부친 요코타 시게루 씨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메구미를 귀국시키지 못한 것이 “총리로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 슬프다”며 사죄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8일 일본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또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현안을 논의하면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지난 2009년 2월 일본 도쿄 주미대사관 앞에서 납북자 가족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의 어머니 요코다 사키에와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 일본인납치피해자가족회 이즈카 시게오 대표.

현재 일본과 북한 간 납치 문제에 대한 모든 논의가 멈춰 있지만 아베 총리는 지속적으로 납치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의 정상외교가 활발하게 펼쳐진 2018년 이래 자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2년 전 1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납치 문제는 최종적으로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5월부터는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2012년 2차 집권 이후 줄곧 견지한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과 국교 정상화가 없다’는 입장에서 크게 바뀐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납치의 아베’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 동안 일본인 납북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1997년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 발족을 주도했고, 2002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수행했습니다.

당시 관방부장관으로 정상회담에 참가했던 아베 총리는 김 위원장의 일본인 납치 인정과 사죄를 이끌어 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8년 째 장기 집권 중인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 만료되는 임기 때까지 개헌과 경제 회생 등과 함께 일본인 납북 문제 해결을 주요 목표로 꼽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3월 도쿄 총리 관저에서 납북자 가족들과 만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며, 납북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면 거부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외곽 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해 6월 “전제조건 없는 수뇌회담 개최를 운운하는 아베 패당의 낯가죽이 두텁기가 곰 발바닥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납치 피해자 문제 전면 재조사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본이 독자 제재 조치에 들어가자 북한은 납북 피해자를 포함한 북한내 일본인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의 보도입니다.

[아베 총리, 일본어] “모든 일본인에 대한 포괄적 조사를 전면 중지하고, 특별조사위원회를 해체한다.”

이후 2018년 7월 기타무라 시게루 내각정보관이 베트남에서 김성혜 북한 통전부 실장과 비밀 회담을 갖고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일본인 납북자는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송환된 5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남은12명 중 8명은 숨졌고, 다른 4명은 아예 북한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