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수장, DMZ 방문…"미한동맹 공고 상징적 행보"

한국을 방문 중인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13일 숙소인 서울의 호텔을 나서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오늘(13일) 비무장지대, DMZ를 방문했습니다. 미국 정보수장으론 이례적으로 사실상 공개 방문 형식을 띠면서 북한에 미-한 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준 상징적 행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 국장은 13일 오전 숙박중인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출발해 차를 타고 통일대교를 건넜습니다.

미국 정보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동선을 노출하면서 비무장지대, DMZ를 방문한 겁니다.

DMZ 내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미국 중앙정보국, CIA와 연방수사국, FBI 등 15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입니다.

통상 미국 정보기관장들의 한국 방문 또는 방한 중 일정 등은 비공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방한 중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 국장 일행을 태운 차량 행렬이 13일 비무장지대, DMZ를 방문하기 위해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고 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미국 정보수장이 DMZ를 공개 방문한 것은 대북 메시지를 담은 의도된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바이든 대통령에 직보를 하고 직접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최측근 중 한 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이 갖는 상징성도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으로서의 의미도 상당히 갖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 사람이 방문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행보는 아니다, 상당 부분 의도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보여주려고 북한에 대한 상당한 메시지 효과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거고요.”

헤인즈 국장이 일본에서 미-한-일 정보수장 회의를 갖고 연이어 한국을 찾아 DMZ를 방문한 것은 안보협력 강화 의지를 보여준 행보라는 평가입니다.

특히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접경 지역에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입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DMZ 방문은 북한에 대해서 한반도 안보공약을 확실히 이행하고 있으니 도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봅니다. 한-미간 북한 문제로 여러 가지 협력채널이 존재하지만 정보수장 협력채널은 결국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고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한-미 동맹은 튼튼하다는 메시지를 한국 국민에게, 그리고 북한에 전달하려고 하는 거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하면서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라는 대북 접근법을 제시한 가운데 북한에 지금이 대화에 나설 시점이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홍민 박사는 헤인스 국장이 직접 남북 분단의 현장을 둘러봄으로써 미-북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 방안을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시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또 한국의 국방정보본부를 방문해 대북 정보 공유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헤인스 국장은 13일 오후 서울 국방부 영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방문해 이영철 국방정보본부장 등 정보 분야 인사들을 면담했습니다.

양측 인사들은 대북 정보의 원활한 공유 필요성 등 공조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측은 한국의 강점인 대북 인적정보 수집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헤인스 국장은 방한 기간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하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또 21일로 예정된 미-한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헤인스 국장의 청와대 예방이 이뤄질 경우 정보수장이라는 직책 상 정보 교류 차원에서 북한 내부 상황이나 군사적 움직임 등에 대한 논의가 주로 다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김진아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오는 21일 예정된 미-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나라간 다양한 차원의 접촉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아 실장] “미팅이 계속 이뤄진다는 것은 한국이 그만큼 미국에게 인풋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라는 것을 북한에게 얘기를 해주는 거죠. 북한이 한국이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 태도가 달라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북한에 대한 메시지도 있다는 것이고.”

앞서 헤인스 국장은 12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과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과 미-한-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를 마치고 주한미군 오산 공군지기를 통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