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대북정책 조언 잇따라…"북한 위협 실제, 동맹 강화 등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미국의 전문가들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대북정책과 관련한 조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군사력이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인식은 공통적이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오택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펼칠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이 보는 현실 인식은 큰 틀에서 비슷합니다.

지난해 10월 열린 열병식에서, 또 최근 당 대회에서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이어진 열병식에 등장한 많은 신형 무기들을 토대로 봤을 때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위협은 더 커졌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과제는 결국 이 같은 북한의 현존하는 위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외교는 핵 '폐기'가 아닌 '군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계속해서 핵 무력을 증강하고 있는 가운데 '핵 보유국'의 지위를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정책은 '군축'에 집중한 접근이며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한국과 일본 등 동맹과의 관계 강화가 핵심이라고 폴락 선임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폴락 선임연구원은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 핵심 요소라며, 중국과의 협력은 핵 비확산과 한반도 위기 감소라는 상호 보완적 이해관계를 전제조건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 핵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의 접근방식도 폴락 선임연구원과 유사합니다.

판다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이 직면한 상황은 수소폭탄과 액체 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한과 지금 협상을 하느냐, 아니면 몇 년 뒤 다중 재진입 발사체와 전술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협상을 하느냐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부터 '핵 폐기' 보다는 '군축'에 더 관심을 보여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새 행정부는 북한이 추가적인 무기 실험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며, 여기에는 유인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시옷)’이라고 적힌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했다.

유인책으로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북한을 확신시키는 것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대한 제한적이고 가역적인 완화 등이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케이토연구소의 테드 게일런 카펜터 선임연구원도 현재의 북한 문제가 과거와 다른 점은 증강된 북한의 군사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10~15개의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말까지 최대 60개를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카펜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처럼 핵에 매달리는 이유는 핵이 없는 리비아와 이라크 등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직접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실질적인 위협인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책을 펴는 것은 재앙적인 위기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카펜터 선임연구원은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라고 주장했습니다.

관계 정상화에는 상호 대사관 설치와 종전 선언 발표, 경제 제재 완화 등이 포함되며, 이에 더해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습니다.

제임스 카라파노 헤리티지재단 부회장은 진짜 위기를 촉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무엇보다 초반에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교의 문을 열어 놓되 힘을 기반으로 한 협상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특히 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확장시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이란 핵 협상 복귀 의사를 내비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경우 북한에도 동일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최대 압박이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의 기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북한이 미국에 유화적 자세를 취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은 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이익 등 무언가를 얻으려고만 했다면서, 이를 받아들이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특히 북한 경제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외부 압박을 통해 김 위원장이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정권의 생존전략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