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한 사령관들 "북한 경제난, 비핵화·평화 기회 제공"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북한의 전례 없는 경제난이 미국과 한국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직 미군과 한국 군 사령관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굳건한 미-한 동맹의 기초 아래 비핵화 진전 등에 따라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주문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북한이 직면한 경제 위기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진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미국과 한국의 전직 군 고위 지휘관이 밝혔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29일 외교전문 매체 ‘포린 어페어스’에 공동 기고한 ‘북한과의 큰 거래’라는 글에서 이 같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먼저 “한반도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북한의 현 내부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 선대의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 제일주의’로 통치이념을 바꿨고, 미-한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과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에서 자제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와 국제사회 제재, 자연재해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경제안보가 북한 지도부의 최우선 순위”가 된 가운데, 김 위원장은 “미래 경제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잃지 않기 위해 군사적으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이런 변화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회이며 두 지도자는 비핵화 진전 등의 대가로 특히 경제안보를 비롯해 북한의 근본적인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행동 변화를 위해 군사적 압박과 국제 경제 제재, 중국의 일정 정도 협력을 시도했지만 “이런 접근이 대중국 경제 의존과 미-한 동맹의 군사적 위험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북한에 제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가장 원하는 경제·정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방식일 것”이라면서 대북 관여와 관련한 4 단계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첫 단계로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신호를 보내는 노력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런 신호로 “북한이 건설적 대화에 관여하려는 의지가 입증되면 인도주의와 의료 지원 등 즉각적인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긴장과 분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의 약속을 수립하는 것”을 초기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며, ‘남북 군사합의'가 초반 협력 이후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 합의를 만든 군사채널은 영구적으로 긴장을 낮추고 한국전쟁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또 “미국과 한국이 진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과 함께 전쟁 상태의 종식을 선언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잠재적으로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국내적 수사를 바꿀 기회를 제공하고 추가적인 신뢰 구축 조치를 가능하게 하며, 이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길을 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이 선언이 “현재의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과 혼동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중국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재정립하는 것”을 두 번째 단계로 제시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경제 패키지’를 제안했습니다.

10년 무이자 대출의 북한 기반시설 개발기금, 남북한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을 통해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도를 완화한다는 구상으로 “이런 경제적 이익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가시적 진전이 나타날 때 교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동맹과 북한의 군사적 관계 정상화도 주장했습니다.

특히 남북한이 전통적인 해상 대치 방지, 중국의 불법 조업 근절, 비무장지대(DMZ)의 안보와 안정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양측이 이런 갈등을 긴장 고조 없이 방지할 수 있을 때 유엔군사령부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평화협정 체결입니다. “핵무기의 검증된 파괴가 이뤄지고, 남북한 군대가 현실적으로 서로를 침공할 수 없을 때 정전협정을 항구적으로 대체하는 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평화협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그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와 양보를 하도록 미-한 동맹이 ‘전략적 신중함’을 견지하고 확고한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은 미국과 한국이 “평화협정을 넘어 북한을 (미-한) 동맹 주도의 질서로 완전히 통합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한국은 북한의 주요 교역상대·직접투자자가 되고 미국은 제2의 교역국이자 국제 자금 조달의 주요 조력자로 역할하면서 북한이 아시아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조치를 통해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경제질서를 공고히 하고, 북한이 국제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를 파괴했음을 검증함으로써 역내 안보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 같은 새로운 접근법은 “굳건한 미-한 동맹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힘의 우위에서 북한을 상대해야 하며, 압도적인 연합군사력과 외교력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열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중국이 미국과 한국을 이간질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며, 이는 미-한 동맹 앞에 놓인 도전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이나 외교적 약속에서 미국과 한국에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데 능숙하며, 중국은 자국의 목표 달성을 위해 ‘사드 보복’과 같은 경제적 강압 행위를 일삼는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는 미-한 동맹이 전통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한 공동 방어태세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정치전’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확장돼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대통령 선거 기간과 이후에도 “동맹의 지속성이 유지돼야 한다”면서, 양국 동맹 지도자와 군사 전문가들은 올해 이룬 진전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동맹 관련 핵심 현안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