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미북회담 없을 것' 보도에 청와대 “미 정부 방침 아닐 것”

한국 청와대 건물.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길 원치 않는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국 청와대가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이 또다시 출국한 것이 확인되면서, 미-북 협상 재개와 남북 협력사업과 관련한 물밑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미 `CNN' 방송의 보도와 관련해, 말 그대로 보도일 뿐이며 미국 정부의 방침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또한 최종적으로 한국 측이 알고 있는 부분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 미-북 3차 정상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정책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현지 시간 10일 보도했습니다.

미-북 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상황관리 모드에 들어갔다는 분석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입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미국에게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녹취: 김재천 교수]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도발을 한 상황도 아니고 미국의 경우 제재를 강화한다든지 그럴 필요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장기화가 지속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고요, 그런 기조는 대선 전후까지는 계속 유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교수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그만큼 북한 이슈에 대한 관심이나 중요성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 보도문을 통해 ‘미국의 행동에 따라 조절하겠다’고 밝혔고, 또 ‘새로운 길’을 선언했지만 강도 높은 도발을 예고한 것은 아닌 만큼 북한 역시 미국 내 정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대외적으로 강경한 정책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집중 전개시키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사실 섣부른 행동을 하기 어렵습니다. 당분간 고강도 도발은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 매년 3월 실시된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상황을 살펴가며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방부는 올해 미-한 연합훈련 실시와 관련해 조정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실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식의 모의훈련인 지휘소 훈련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미-한 연합훈련은 전시작권통제권 전환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의 지난 6일 브리핑입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조정된 형태로 진행한다는 부분은 변함이 없습니다. 연합훈련을 통해서 저희 군의 기량을 증강시키고 또 확대하고 하는 부분은 필요한 부분입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도 이 부분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죠.”

청와대 관계자는 또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최근 워싱턴에서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과 미-한 미사일 지침 개정 논의를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12일 김 차장이 또다시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서는, 외교안보와 관련된 사항인 만큼 관련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내 김 차장의 역할을 고려할 때 그의 잇따른 출국은 청와대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북 관계 교착 상황이 한국 정부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미-북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한국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현 교착 상황을 장기간 방치하게 되면 북한의 상황도 더 어려워지고 비핵화 협상은 표류할 수 있거든요. 북한 역시 전원회의 보도문을 자세히 보면 도발보다는 경우에 따라서 협상을 하겠다고 했어요. 명분만 있으면 협상을 할 생각이 있는 거예요. 미국의 행동에 따라 조절하겠다고 했으니까 한국 정부의 역할은 더 커진 거죠.”

전문가들은 김 차장의 이번 출국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남북 협력사업과 관련한 물밑조율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