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이 조용히 밀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월에 베이징을 방문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최근 북한과 중국이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2주년을 맞아 세 가지 행사를 가졌습니다.
우선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은 시 주석의 평양 방문 2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시회를 열고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과 박명호 외무성 부상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을 초대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리진쥔 평양 주재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중화인민공화국 습근평 동지가 상봉하신 두 돐을 기념하여 21일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에서 사진전시회가 진행된…”
같은 날 중국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3주년과 시진핑 주석의 방북 2주년을 기념하는 공동 좌담회가 개최된 것입니다.
이 자리에는 리룡남 대사 등 북한대사관 외교관들과 쑹타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 대외연락부장 등 북-중 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했습니다.
리룡남 대사와 리진쥔 평양 주재 중국 대사는 21일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와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나란히 ‘조-중 친선’을 강조하는 기고문을 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북-중 국경 봉쇄로 한동안 뜸했던 북-중 대면외교가 본격화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 북한과 중국이 새삼 ’조-중 친선’과 ‘혈맹’을 강조하는 것은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말합니다.
우선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의 대화 또는 협상 재개를 앞두고 중국과의 결속 강화가 협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제재 완화, 미-한 연합훈련 중단 등을 대화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으로서는 중국에 접근해 대미 압박전략을 논의하고 도움을 받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How much China support North Korea’s initiatives…”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3월과 5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바 있습니다.
북한은 또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려 할 공산이 큽니다.
현재 북한은 식량이 100만t 넘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제재와 외화난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중국으로부터 식량, 비료, 기계, 원부자재, 그리고 생활필수품을 제대로 들여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중국의 지원이 꼭 필요한 실정이라고,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Survival. They understand that they really need as much food aid from the Chinese as possible with no strings attached.”
앞서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제정세는 ‘신냉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정치, 외교, 군사, 경제, 타이완,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바이든 새 행정부는 미국-일본-한국을 연결하는 ‘남방 삼각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북한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동북아의 세력균형을 맞추려 한다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동북아에서는 한-미-일 3자 협력체제를 미국이 강화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북한과 중국 입장에서는 무게추를 맞추기 위해 북-중 협력을 당연히 강화할 수밖에 없죠.”
한편 중국은 최근 북한 핵 협상 재개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2년간 공석이었던 한반도 사무특별대표에 류샤오밍 전 영국 주재 대사를 지난 4월에 임명했습니다. 과거 평양 주재 대사를 지낸 류샤오밍 특별대표는 지난 두 달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류샤오밍 특별대표는 그동안 러시아, 영국 등과 접촉한데 이어 23일에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남북관계 개선과 쌍궤병진”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쌍궤병진이란 비핵화와 미-북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딘 챙 연구원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을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들여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베이징을 통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딘챙 연구원] “The lack of movement between North Korea and the U.S. plus ongoing tensions between the U.S. and China..”
이와 관련해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최근 ‘38 노스’ 기고문을 통해 중국으로서도 미국과 협력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고 밝혔습니다.
[디트라니] “It is herefore in Beijing’s best interest to do more to get North Korea to resume negotiations with the US for complete…”
관심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입니다.
오는 7월1일은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또 7월 11일로 우호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고려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나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20년 만에 조중우호협력조약 갱신이 이뤄지는 7월11일을 전후한 고위급 인사의 방중 또는 방북이 예상된다”며 “김일성이나 김정일도 조약 갱신 연도에 방중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중우호협력조약은 1961년 7월 11일 베이징에서 당시 김일성 주석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서명한 상호 안보조약입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7월 중 베이징을 방문하거나 중국의 고위 인사가 평양을 방문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Kim could come China or some high level Chinese delegation…”
전문가들은 미-중 간 깊어가는 대결 상태의 와중에 진행되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밀착이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