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한 정상회담 양안 문제 언급 반발…한국 "원칙적 입장표명"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지난 21일 열린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양안관계 등 중국이 예민하게 여기는 사안들이 거론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역내 평화를 바라는 원칙적 입장 표명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앞으로 중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1일 열린 미-한 정상회담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타이완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담겼습니다.

미-한 정상이 중국과 타이완을 일컫는 양안 문제를 공식 문서에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공동성명은 남중국해와 여타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과 항해과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타이완 문제가 “순수한 중국 내정”이라며 “관련 국가들은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반발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타이완 문제에 대해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각국이 국제법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므로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이런 반발에 대해 역내 평화와 안정은 역내 구성원 모두의 공통적인 희망사항이라며 원칙적 언급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문재인 대통령 방미 성과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의용 장관] “우리 정부는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만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정 장관은 중국 인권 문제가 미-한 정상회담에서 거론되지 않은 데 대해 “중국 문제에 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한-중 간 특수관계에 비춰 한국 정부는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계속 자제해 왔고 이런 한국 정부 입장이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중국 전문가인 전병곤 박사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사안을 미-한 정상 차원에서 처음 거론한 데 대해 향후 한-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중국이 과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로 가했던 것 같은 보복 조치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중국 입장에서 한국에 압박을 가했을 경우 한-미가 더 긴밀해지고 한-미-일 협력이 더 강화되면서 중국을 오히려 압박하고 견제하는데 동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카드를 잃지 않고 한국의 그런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서 한-중 관계를 중국 입장에서 적절히 관리하는 수준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악화될 것으로 보여지진 않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비판 수위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당시 보다 는 절제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시 미-일은 공동성명에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했을 뿐 아니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의 인권 침해 등 한-미 공동성명에 없는 내용이 담겼고 중국 국가명도 적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려놓기 위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타이완 문제에 대한 미-한 정상 차원의 첫 언급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한국이 미국 편에 섰다는 인식 속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중국이 다시 한국을 압박하고 흔들어서 한국의 입장 번복을 요구하려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가 잘못 대응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미국과의 신뢰마저도 무너질 수 있다 그렇게 평가합니다.”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던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대사는 이번 미-한 정상 공동성명이 한국이 중국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비쳐질 소지가 크기 때문에 향후 한-중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원칙적 입장 표명일 뿐이라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입장에선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위 전 대사의 진단입니다.

[녹취: 위성락 전 대사] “제가 염려하는 부분은 한국의 원래 의도와 이것이 초래한 결과 사이의 괴리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이나 중국은 정책전환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이것을 일과성으로 보지 않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만약에 (한국이) 일과성으로 치부하고 대처하면 나중에 좀 문제가 될 수 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연기돼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위 전 대사는 미-한 정상회담에서 타이완 문제가 거론된 것 이외에도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한 협력 강화 등 두 나라 동맹이 한층 공고화하는 흐름은 시 주석 방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대로 한국이 미국 쪽으로 확실하게 기운 게 아니라고 중국이 판단할 경우엔 시 주석 방한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이와 함께 미-중 경쟁 격화 속에서 한-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북 핵 문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에 어쨌든 한-미 관계 중요성을 양국이 재확인했다고 하면 무게추를 맞추기 위해선 북한과 중국은 북-중 관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을 계기로 양국이 외교적 압박으로라도 북-중 관계를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일 거에요.”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 입장에선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관련 언급은 없고 인권 문제가 거론된 이번 미-한 정상회담 결과에 불만이 클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반발은 북한에게도 미국과의 대화보다는 반발 쪽으로 기울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