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협상 교착 속 대북 전략 고심하는 미 의회…“북한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관건”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회 건물.

미-북 비핵화 협상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도 대북 전략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는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협상 진전의 핵심이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에서는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의 출발점이 된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데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공화당 의원들은 미-북 협상 교착 장기화의 책임을 북한에,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돌리는 양상도 뚜렷해졌습니다.

대체로 의원들은 협상 진전을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로서 제한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입증할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비핵화 협상은 진전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상원 외교,군사위 소속의 팀 케인 민주당 의원은 25일 VOA에, 미-북 대화를 장려해왔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북한이 핵 신고와 같은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북한의 진정성은 입증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케인 의원] “Since we started this, I encouraged talks…”

반면, 진보코커스 소속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대가로 일부 제재 완화와 같은 하노이 회담에서 논의됐던 방안을 미국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의회에서는 미국이 북한과 외교의 문을 열어 놓되, 국제사회와의 공조 아래 제재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룹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생산적인 대화를 위한 시간은 올 것이지만,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관련) 움직임 없이 기존의 과정을 또 거친다면 장애물을 제거하지 못할 것”이라며,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인 ‘리드액트’의 의회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녹취:마키 의원] “There will be time for productive talks…”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의원도 이런 맥락에서 최대 압박 정책의 “완전한 복원”을 주장했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I think the US side should immediately sanction the 300…”

의원들은 미-북 협상 재개 시점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과 가드너 의원 등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최근 ‘대화 중단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정치적 변수가 북한과의 협상에 미칠 영향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의원들은 대체로 대선과 미-북 협상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는 주장입니다.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선거는 북한 문제와 완전히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리시 위원장] “I think you need to set the election question completely…”

하지만, 대선 전 북한이 핵 혹은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거나 대선 전까지 미-북 협상 교착 상태가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에 도움이 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가드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곧 종료되고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공을 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 지렛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의회는 최근 대북정책 관련 청문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협상 교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대북 전략을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