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미 국방 당국의 비상 근무 체제가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신원 확인 성과를 끌어 올리고 있어 주목됩니다. 유골 감식과 DNA 대조 등을 연구실 작업과 재택근무로 배분해 더욱 효율적인 정밀감식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지체될 것으로 우려됐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미군 유해 감식 작업이 달라진 근무 환경 속에서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행정 업무를 대폭 줄이고, 연구실에서 분석한 유해의 특질을 재택근무를 통해 재검증하고 대조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신원 확인 업무의 집중도를 높였다는 게 DPAA 측 설명입니다.
지난 2018년 8월 55개의 상자에 담겨 북한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250구의 유해에 대한 감식 현황을 보면 이런 변화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총 250구 가운데 7월 8일 현재 DPAA가 신원을 확인한 유해는 모두 69구로, 그중 25구의 신원을 지난 4월 이후 파악했습니다. 비상 근무 체제에 따라 재택근무를 시행한 지 3개월도 안 돼 유해 송환 뒤 1년 8개월 동안 거둔 성과의 절반이 훨씬 넘는 실적을 기록한 겁니다.
DPAA에서 한국전 참전 미군 감식 작업을 전담하고 있는 법인류학자 제니 진 박사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전에 감식과 서류 검증 절차를 배분하고 재택근무를 통해 추가 대조 시간을 확보하면서 신원 확인의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제니 진 박사] “저희가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K-55 55개 상자에서 나온 유해들 중에서 신원확인 가능성이 높은 분들을 다 추려놓고 그 분들에 대한 유해 감식 리포트도 다 작성해 놓은 상태였어요. 그렇지만 정말 이 분들이 맞는지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마지막에 서류 검토가 필요한데 그 과정이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의나 다른 일들이 줄어들면서 제가 그런 서류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나서 저희가 오히려 재택근무 이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K-55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인 250구 가운데 앞서 초기 감식을 통해 미군으로 분류된 유해는 173구로, 이제 신원이 확인된 69구를 뺀 104구 가량이 감식 대상으로 남았습니다.
최근 한국으로 송환된 한국군 유해 147구 중 77구 역시 북한이 전달한 55개의 상자에 미군 유해와 함께 섞여 있던 것으로, 역시 진 박사 팀의 분석을 거쳤습니다.
진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예기치 않게 시행된 비상 근무 체제가 오히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에 맞춰 최대 규모의 한국군 유해를 송환할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제니 진 박사] “이번에 6.25 70주년 관련해서 송환한 유해가 저희 최대 규모이거든요. 147분은 사실 엄청난 숫자에요. 그런 규모의 유해 송환을 하는 데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때문에 다른 업무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거기에 집중해서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그런 예상치 못한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구책으로 마련된 DPAA의 작업 방식 일부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DPAA는 곧 3년 차를 맞는 K-55 프로젝트의 나머지 유해 약 104구 가운데 절반 이상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 박사는 DNA 분석 결과가 겹쳐 식별이 어려운 유해들이 다수 남아있다며, 첨단 기법을 동원한 감식 작업을 거쳐 앞으로 2~3년 안에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