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한국인 다수 유엔 심의대상 배제…“6명 중 2명 행방만 확인 요청”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사진 출처: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유엔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6명 가운데 2명의 행방에 대해서만 북한에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4명의 한국 국민은 수년 동안 유엔의 심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한채 국제기구와 북한 간 소통 과정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공식 확인된 한국 국민 6명 중 김정욱, 김국기 씨 사건에 대해서만 그들의 행방 관련 정보를 2018년 북한에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무그룹] “The Working Group has treated the cases of Kim Guk-gi and transmitted it to the Government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in 2018 asking for information on his whereabouts…”

실무그룹 사무국은 ‘한국 당국으로부터 6명 모두에 대한 협조를 요청받았는지 확인해 달라’는 VOA의 질의에 즉답을 피한채, 2건의 억류 사건만 심의해 북한에 생사확인 등 조사를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욱, 김국기 씨 억류 이후에 북한에서 체포된 최춘길 씨와 탈북민 고현철 씨 등 나머지 억류 한국인들의 행방에 대해서는 북한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느냐고 묻자, “이들 관련 사건은 실무그룹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무그룹] “Regarding the other two cases you mentioned, these have not been considered by the Working Group.”

이어 “실무그룹은 업무 원칙에 따라 (외부에서) 전달된 개별 사건을 근거로 행동에 나선다”며 “따라서 해당 사건들은 실무그룹에 아직 제출되지 않았거나, 심의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형태로 제출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무그룹] “According to its methods of work, the Working Group acts on the basis of individual cases brought to its attention, so it may be that these cases have not been submitted to the Group yet, or in a form compliant with the minimum requirements for their consideration.”

그동안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가 유엔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에 이들의 억류 문제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실무그룹은 2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해선 그런 요청을 받지 못했거나 심의 기준에 미달되는 부실한 청원이 접수됐을 가능성을 제시한 겁니다.

VOA는 ‘한국 정부가 지난 2017년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을 6명으로 파악하고 실무그룹 등 국제기구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당시 일련의 보도를 근거로 한국 외교부에 구체적인 정황을 질의했으며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실무그룹은 지난달 21일 VOA에 북한이 한국인 억류 문제 해결 요구에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이미 통보 받은 (억류) 사례와 관련해 동일한 답변만 내놓는 식으로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데 대해 실무그룹은 거듭 우려를 제기해왔다”는 설명입니다.

실무그룹은 지난해 7월30일 배포한 보고서에서도 북한 당국에 한국인 억류 사건을 통보하고 관련 정보를 요구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당시 북한으로부터 실무그룹이 편파적이고 북한에 대한 정치적 모략을 꾸민다는 비난을 들었다는 설명도 담았습니다.

현재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공식 확인된 한국 국민은 선교사 3명과 탈북민 3명 등 총 6명입니다.

2013년 10월 8일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는 6년 5개월째 장기 억류 중입니다. 북한은 김 선교사에게 국가정보원과 내통했다며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2014년 10월 체포된 김국기 선교사와 같은 해 12월 붙잡힌 최춘길 선교사도 무기노동교화형 선고를 받고 5년 넘게 억류돼 있습니다.

2016년 7월 평양에서의 기자회견으로 억류 사실이 공개된 고현철 씨 등 나머지 3명은 탈북민입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