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북한의 한국 측 GP사격 조사 착수…북한, 반응 없어

지난 4월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군인들이 철조망을 따라 걷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북한 군이 어제(3일) 비무장지대 내 한국 군 감시초소, GP에 사격을 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북한은 한국 군 당국의 항의 전통문에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군사령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4일 북한 군의 총탄에 맞은 비무장지대 내 한국 군 감시초소, GP에 특별조사팀을 파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조사팀이 해당 GP 현장에 나가 조사를 벌인다”며 “조사팀은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사는 사건 현장을 방문해 북한 측에서 날아온 총알에 맞을 당시 정황과 한국 군의 대응 사격 현황 등에 대한 조사를 벌여 정전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유엔사가 진행하는 현장 조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유엔사 정전위 차원에서 판단하고 현장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3일 오전 7시 41분쯤 강원도 비무장지대 한국 군 GP 외벽에 북한 측에서 발사된 총탄 4발이 맞았습니다.

GP 근무자가 총성을 듣고 주변을 확인한 결과 4발의 탄흔과 탄두 등이 발견됐습니다.

이번에 사격을 가한 북한 군 총기는 기관총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은 4일 국회를 방문해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사건 경과를 보고하면서 이번에 사용된 총기에 대해 “방아쇠를 한 번 당기면 3∼4발씩 연발되는 기관총 종류를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군은 GP에 14.5㎜ 고사총과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배치하고 있고 이번에 발견된 총탄은 14.5㎜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군은 북한 군의 사격에 대해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고방송과 10여 발씩 2회에 걸친 경고사격을 했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사건이 난 직후 북한 측에 전통문을 보내 북한 측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어긴 데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저희가 (3일) 9시35분에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통문을 보냈는데요, 이 전통문을 통해서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이 북한 측 GP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사건 당시 해당 GP 인근에 안개가 짙게 껴 시계가 1km가 채 안됐다는 점, 지형상 북한 군 GP가 한국 군 GP보다 낮은 곳에 자리해 교전 시 불리한 위치였다는 점, 총격 전후로 북한 군 GP 인근 영농지에서 영농활동이 지속됐던 점 등으로 미뤄 의도적 도발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총격이 이뤄진 시점이 북한 군의 근무교대 후 화기 등 장비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대여서 오발 사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통상 한국 군 GP와 북한 군 GP 화기는 서로를 조준하고 있어 오발이 나면 GP에 총알이 날아와 맞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4발이 한 발씩 발사된 게 아니라 한꺼번에 발사됐다면 실수 또는 오작동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군의 의도된 저강도 도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등 외부 사회 언론들이 제기한 신변 이상설에 휩싸인 가운데 20일만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는 북한 매체 보도가 나온 이튿날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김정은이 복귀한 다음날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할 때 김정은 잠행기에 한국 언론의 행동이라든가 그런 것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고, 또는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 군사 분야 부속합의서를 위반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뜻대로 빨리 움직일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능성을 닫아버릴 필요는 없다는 거죠.”

신 센터장은 다만 북한이 교전 상황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일회성의 떠보기용 도발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남북한이 지난 2018년 체결한 ‘9·19 군사합의서’는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북으로 총 10㎞ 폭의 완충지대를 설정해 포사격 훈련 등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적대행위를 중지토록 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11월 서해 북방한계선, 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해 군사합의를 위반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