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정상이 최근 전화통화에서 대북 전략에 대한 긴밀한 조율에 합의했습니다.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며 신임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두 정상이 함께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직 당국자들은 또 북한 비핵화는 미국에게 포기할 수 없는 최종 목표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북한과 핵 협상에 나섰던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최고위급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5일 VOA에, “문재인 대통령은 설득력 있는 증거 없이 트럼프 정부에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하다고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조속한 북한 관여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같은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바이든 정부는 그런 주장에 ‘회의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If President Moon or his foreign ministry try to make the same claim to the Biden administration, I think they’ll be greeted with great skepticism... These are people who dealt with the N Korea problem before. They’ve made their own assessments I believe of the likelihood that N Korea will ever disarm completely. Now, I can’t speak for them, but my sense is these are realistic people, very knowledgeable people, and I don’t think they will take at face value any Kim Jong Un’s statements about a commitment to denuclearization.”
바이든 정부 관리들은 과거 북한 문제를 직접 다뤄봤고, 북한의 완전히 무장해제할지 여부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 관리들이 매우 현실적이고 해박하다며,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 이어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를 맡았었습니다.
1994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도 VOA에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고 설득하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t’s not a good idea I think for the President of the ROK to try to persuade the new President of the U.S. that N Korea is serious. For the two allies, the ROK and the USA, the prudent course is to test the proposition that the DPRK can be induced to join in a process of engagement and diplomacy that would ultimately lead to denuclearization.”
갈루치 전 특사는 동맹인 한국과 미국이 궁극적으로 비핵화로 이어질 관여와 외교에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탐색하는 것이 훨씬 신중한 접근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If we can get the formula correct and if we can get an engagement that is durable and truly leads to a normalization of relations between North and South, between North and the U.S. and between the DPRK and the rest of the community if we can normalize the DPRK position and that’s addressing a lot of political things, then the idea that N Korea would in that context give up nuclear weapons remains a plausible one.”
지속 가능한 관여를 통해 미-북,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협상안을 만들어 내고 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면 그 맥락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가설은 여전히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그러나 이는 매우 오래 걸리는 과정일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몇 번 열고 점심을 먹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자신이 주도했던 제네바 합의는 타결까지 1년 반이 걸렸다며, 중요한 것은 ‘인내심’, ‘목적의 진지함’, ‘강력한 동맹’을 기반으로 한 북 핵 문제 접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좀 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VOA에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봐야 한다며, 북한의 행동은 비핵화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y are keeping open the possibility of engaging with the U.S. and S Korea but they haven’t actually shown any interest in engaging. Throughout the Trump administration they only wanted to talk with Trump when that last talk failed in Hanoi... So I don’t think they’ve shown very much reason for us to think that they are still interest in denuclearization if they ever were. I’m very skeptical about that.”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 한국과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긍정적인 면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미국 측과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은 비핵화 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어떤 말과 행동도 핵무기 포기 의사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특히 8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핵 시스템 개발을 밝힌 것은 핵 포기와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이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017년 이래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크게 신장했다는 것입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도 “지금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박사] “I would say not at this time. I mean who knows in the distant future what might happen, but at least for now, in the foreseeable future, certainly for the next four years of President Biden’s term in office, I would say that Kim Jong Un has no intention of denuclearizing.”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최소한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4년 동안에 북한이 비핵화 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세이모어 박사는 따라서 “당면한 목표는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4년 내에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외교를 통해 핵 프로그램의 추가 발전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 최종 목표 고수해야”
전직 관리들은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 한다는 최종 목표는 미국이 포기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2005년에서 2008년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김정은이 비핵화 하길 원치 않더라도 제재를 비롯한 다른 조치들을 통해 강제적으로 비핵화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I think N Korea must denuclearize. How we get there and in what time frame, I think is a matter of negotiation. But I do not accept the proposition that we should allow N Korea residual nuclear weapons.”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은 반드시 비핵화 해야 한다”며 “그 목표를 얼마나 오래 걸려 어떻게 달성하는지는 협상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잉여 핵무기를 허락한다는 명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도 “워싱턴의 주류 연구소 전문가들 중에서 미국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나쁜 계산, 나쁜 조언”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도 “비록 바이든 정부가 북한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이라고 해도 북한을 영구적인 핵무장 국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Even if they’re very skeptical about the prospects for complete denuclearization, the Biden team will not be prepared to accept N Korea as a permanent nuclear-armed state. They will not be prepared to renounce the goal of complete denuclearization. I believe that will continue to be their goal.”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삼고 실용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도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핵 능력을 제한하는 작은 목표들을 추구할 때도 미국은 그것을 ‘군축 협상’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표현은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