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전문가 “북한 비핵화 포괄적 신고 앞서 핵 물질 생산 중단, 총량 신고 필요”

지난해 10월 영변 핵 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제공: CNES / Airbus (Google Earth).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포괄적 신고에 앞서 핵 분열 물질의 생산 중단과 총량에 대한 신고가 필요하다고, 유엔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핵분열 물질이 추가로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면 북한이 신고한 핵 물질에 대한 관리가 보다 확실해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시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유엔 산하 독립 연구기관인 ‘유엔군축연구소(UNIDIR)’의 파벨 포드빅 대량살상무기 담당 선임연구원은 15일, 어떤 비핵화 과정에서도 핵분열 물질의 생산 중단이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포드빅 선임연구원] “The end of fissile material production is a necessary step in any process of denuclearization. It would limit the nuclear program and it would freeze it at a certain level, and ideally it should be the step toward eliminating and rolling back the program and eliminating nuclear weapons.”

유엔군축연구소가 16일 발표한 ‘한반도 핵분열 물질 생산 중단: 동결과 입증’ 보고서를 작성한 포드빅 선임연구원은 보고서 공개에 앞서 가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핵분열 물질이란 핵폭발의 연쇄 반응을 촉진하고 유지하는 물질로, 핵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과 별도의 재처리 시설을 통해 나오는 고농축 우라늄(HEU) 등이 있습니다.

보고서는 2019년 말 기준으로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 4백kg, 나머지 시설까지 포함하면 1t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핵분열 물질의 생산을 중단하는 조치를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과 핵 무장에 일종의 상한선을 만들고 특정 수준에서 동결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보유한 전체 핵 물질 총량에 대한 정확한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포드빅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포드빅 선임연구원은 이론적으로 비핵화 절차는 잘 짜여진 수많은 단계를 거치는 단순한 과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핵 물질과 관련 시설을 신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성과 완결성을 입증한 뒤 모든 시설과 물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입니다.

포드빅 선임연구원은 하지만 북한에게 시작 단계에서 포괄적 신고를 기대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고 심지어 비생산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핵무기 활동 관련 정보는 북한이 가진 가장 가치 있는 군사 자산이며, 핵 프로그램 관련 시설 명단을 미국에 넘겨주기를 원치 않는다는 겁니다.

[녹취:포드빅 선임연구원] “The DPRK has never been wanting to do that because that's the most valuable military asset it has, and it does not want to give the United States, the target list, facilities that are involved in a nuclear program. So that was one of the reasons for disagreement during the Hanoi summit.”

포드빅 선임연구원은 바로 이 점이 지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이를 모두 입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북한 전 영토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포드빅 선임연구원은 북한에서 핵분열 물질이 추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면 북한이 신고한 핵 물질에 대한 관리가 보다 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보고서를 통해, 모든 핵 물질 생산 시설이 핵 물질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높은 확신을 제공하는 검증 프로그램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시하려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포드빅 선임연구원] “What we try to show is that it is possible to build a verification program that would provide you with a fairly high confidence that all facilities that can produce fissile materials are not producing fissile materials.”

핵 시설 신고와 관련해서는, 영변 핵 시설 등 전체 핵 물질 보유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모 순으로 단계별로 신고하도록 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군사 분야 핵 활동에 있어서 무기의 위치나 개수, 무기 설계 세부사항 등에 대한 신고를 일부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드빅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민간·군사 분야의 모든 핵 물질을 신고하고 세이프가드 조치를 했던 것과 달리, 신고 대상이지만 즉각적인 입증 대상이 되도록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포드빅 선임연구원은 이를 통해 비핵화 협상 당사자들이 꾸준한 신뢰를 쌓는 한편 각자의 노력을 증명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