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전문 기자들 “북한 지도부 동향 확인 어려워…극도로 신중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을 오래 취재한 미국 매체의 기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 보도와 관련해, 확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의 특성상 검증이 어려운 북한 지도부 관련 보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AP’ 통신 초대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윌슨센터 한국담당 국장은 21일 VOA에, 북한 지도부 동향에 관한

보도에선 신뢰할 만한 취재원 확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진 리 국장]“My first reaction to any report about North Korea is to check the sourcing. Does the report have at least two confirmed sources who are in a position to know this information? There are very few people with access to reliable information about the North Korean leadership, especially regarding illness and their state of health. Most of what we hear is rumor.”

자신은 북한 관련 뉴스를 접할 때 가장 먼저 ‘취재원’을 확인하며, 해당 정보를 알 수 있는 복수의 취재원을 이용한 보도인지 살펴본다는 겁니다.

그러나 건강 문제 등 북한 지도부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대부분이 ‘소문’에 불과한 것들이라고, 진 리 국장은 말했습니다.

진 리 국장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 보도가 AP 한국 지국장 시절인 2008년 9월 불거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독설’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9.9절 열병식에 나타나지 않자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고, 자신들은 정보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집요한 취재 끝에 복수의 정보 당국자로부터 김정일 위원장이 몇 주 전 ‘스트로크’로 중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몇 주 동안 함구하며 지도자의 상태에 대해 절대 시인하지 않았고, 당시 AP는 수술 집도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프랑스 의사로부터 수술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진 리 국장은 북한 당국의 엄격한 정보 통제도 북한 취재의 큰 어려움으로 지적했습니다.

[진 리 국장]“North Korea bears ultimate responsibility for refusing to provide access to information; the restrictions on the flow of information are why North Korea ranks worst in the world for press freedom, according to Reporters Without Borders.

정보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이런 정보 유통의 제한으로 인해 북한은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의 자유’ 순위에서 최악의 국가로 기록되고 있다는 겁니다.

진 리 국장은 또 현재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명목으로 국경 봉쇄와 엄격한 이동제한을 시행하면서 여느 때보다 소수의 외국인이 평양에 머물고 있어 정확한 내부 동향을 확인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북한과 중국 담당 편집인을 맡고 있는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장은 이번 보도가 김정은 위원장의 ‘잠적’ 가운데 나온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I think anytime the leader of a nation that has dozens of nuclear weapons is suddenly gone, and then he doesn't appear to…”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지도자가 나라의 가장 중요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누구나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카지아니스 국장은 최근 주목을 받은 한국의 ‘데일리 NK’와 미국의 ‘CNN’ 보도 모두 사안의 지정학적인 파장을 고려할 때 소수의 ‘익명의 취재원’만을 인용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 등과 같은 중요한 보도를 할 때는 상반된 다양한 시각과 의견, 분석, 평가 등을 소개하며 좀 더 균형 잡힌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삶과 성향 등을 분석한 책 ‘마지막 계승자’를 집필한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지국장도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보도에 대한 분석을 담은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영상에서 어떤 ‘북한발 소문’도 매우 신중하게 다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 “We always need to be extremely careful with any rumor that comes out from North Korea, because you know it's just, it's a black hole it's impossible, or at least extremely difficult to verify information that comes out from North Korea…”

북한은 ‘블랙홀’과 같은 곳으로 관련 정보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극도로 어렵다는 겁니다.

또 북한 인사에 대한 숙청설 등 최근의 소문들도 결국 북한 당국에 의해 확인됐다면서, 그것이 평양에서 일어난 일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파이필드 지국장은 말했습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다만 최근 ‘건강 이상설’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분명히 좋지 않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 “Of course we see him on North Korean official television, which is all highly edited and as part of the propaganda of North Korea, but we got an exclusive glimpse into his health and his real situation when he came out in 2018 for all of the summit's.”

파이필드 지국장은 북한 관영 매체에 등장하는 김정은 위원장 모습은 당국의 선전의 일환으로 많은 편집을 거친 것이지만, 지난 2018년 여러 정상회담에 등장한 김 위원장의 모습을 통해 실제 건강 상태 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 등 전문가들은 당시 확인한 김정은의 걸음걸이와 호흡, 비만 상태 등을 통해 건강이 아주 좋지는 않다는 평가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태양절’ 등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여동생인 김여정 부위원장 명의의 성명들이 나오면서 ‘건강 이상설’에 신빙성을 더했다고, 파이필드 지국장은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