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김여정 담화, 협상 재개 외면하진 않아...미국 양보 받아내려는 의도"

지난 4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발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용의를 밝히면서 미-북 3차 정상회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를 어떻게 보는지, 미-북 대화가 가능할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운을 뗀 미-북 3차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10일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자신의 개인적 생각이라며 미-북 정상회담이 올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상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를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아예 외면한 것으로 보긴 이르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국장은 북한의 담화가 미국으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Trying to raising United States offer in terms of final deal…”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박사는 김여정 담화의 속내는 미국과의 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비건 대표가 돌아간 뒤 김여정이 바로 담화를 냈는데,북한이 오히려 협상을 원하고 있고 그런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 김여정 담화라고 봅니다.”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국장은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미-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That make sense not only Donald Trump but only Kim Jung-Eun, US has lots of problem..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넉달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 비해 10%가량 밀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의 실마리를 푼다면 선거에도 도움이 되고 중국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호재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4년째 계속되는 고강도 대북 제재에 더해 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외화 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평양 시민들마저 갖가지 생활난을 겪고 있습니다.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제재를 풀고 한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것이라고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윤 전 대표] “ Kim Jong Un, he may be quite tempted by promise of economic help from South Korean that could come with another summit with Trump.”

북한이 관심을 갖는 비핵화 상응조치와 관련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와 다른 단계적인 ‘스몰딜’(Small Deal)’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거래’라는 뜻의 스몰딜은 북한과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주장했던 방안에서 한발씩 물러서는 겁니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모두 큰 거래 즉, 빅딜(Big Deal)을 밀어 부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미국이 2016년 이후 도입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5건을 모두 해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존 볼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영변 핵시설과 비밀 핵시설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생화학무기까지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신고, 검증, 폐기하는 ‘빅딜’을 주장했습니다. 그 결과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서로 받아 들이기 힘든 빅딜 대신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대북 제재를 한시적으로 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I think we can roll back limited out of sanction certainly…”

또 미-북 대화가 재개되면 미국이 제재 해제 외에도 대북 안전보장, 종전선언, 미-북 연락사무소도 제안할 수 있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백악관을 자주 방문하는 카지아니스 국장은 백악관이 영변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영변 핵시설에는 300여개의 건물이 있는데 1단계로 이를 검증, 폐기할 경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겁니다.

[녹취:카지아니스 국장] ”North Korea giving up Yongbyun which is over 300 plus building...”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제재를 가해 온다고 우리가 못사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미국에 끌려 다니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난이 미-북 대화 재개의 최대 변수라고 말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7기5차 전원회의에서 미-북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며 외세와의 타협없이 자력갱생을 통해 정면 돌파전과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와 4년째 계속되는 고강도 대북 제재는 북한의 정면돌파 노선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특히 1월말 시작된 북-중 국경차단은 장마당의 생활필수품 공급을 끊었으며 외화 보유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의 핵심 계층인 평양 시민들도 갖가지 생활난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전략문제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내세운 ‘새로운 길 ‘노선이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문성묵 박사] “말은 정면돌파지만, 정면돌파가 성공하려면 자력발전, 자력번영, 자력부흥 이런게 되야 하는데, 불가능하거든요.”

현재 전문가들은 미-북 대화 재개에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의 권력 상황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같은 ‘불가역적인 중대조치’가 보장되지 않는한 미국과의 대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Unless you willing to change the policy of hostile policy which means...”

그러나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조만간 미국과의 대화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여정 말대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기만 하면 공개든, 비공개든 실무협상이 열릴 것으로 봅니다.”

흥미로운 것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에 손짓을 보냈다는 겁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 말미에 “미국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고 밝혔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