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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서 수면 위로 떠오른 ‘탈북민 문제’


지난 2016년 3월 한국의 탈북민단체들이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한국의 탈북민단체들이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의 6월 대남 공세를 계기로 탈북민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처음부터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을 문제 삼은데다, 내부적으로는 탈북민들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6월 대남 공세는 탈북민들이 날려 보낸 대북 전단이 발단이 됐습니다.

북한의 실세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삐라)이 최고 존엄을 건드렸다며 “남조선 당국이 이를 방치한다면 최악의 국면을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감히 민족의 최고 존엄을 건드리며 신성한 공화국 지역에 너절한 오물 조각들을 날려 보낸 데 대해 치솟는 격분으로 남조선 당국에 엄중히 항의한다.”

앞서 탈북민 출신인 박상학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5월 31일 북한을 향해 전단을 살포했습니다. 이들은 경기도 김포에서 전단 50만장과 메모리 카드 1천개, 1달러 지폐 2천장을 대형 풍선 20개에 매달아 북쪽으로 날려보냈습니다.

전단에는 ‘위선자 김정은’ ‘핵미치광이 김정은’ ‘맏형 김정남을 잔인하게 살해한 인간백정 김정은'과 같은 문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같은 민주국가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어 최고 지도자를 비판하거나 욕하는 것은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또 언론자유가 보장된 미국,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매일같이 대통령과 정부의 잘잘못을 가리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에는 주민들이 반드시 달달 외워서 생활규범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유일사상 10대 원칙’입니다.

10대 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령의 권위를 절대화하며 결사옹위 해야’한다는 겁니다. 또 수령의 ‘권위를 훼손시키려는 자그마한 요소도 절대로 묵과하지 말고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인다’고 돼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 대북 전단은 최고 존엄을 훼손하는 엄중한 행위로 문제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함경북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북한은 모든 것이 유일지도체제인데, 여기서 민간단체가 보내는 대북 전단은 수령의 우상화를 훼손하는 거지요. 북한으로서는 민감한 문제죠.”

지난 6일 평양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비난하는 청년학생집회가 열렸다.
지난 6일 평양에서 한국 정부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비난하는 청년학생집회가 열렸다.

김여정의 담화가 나온 4일을 기해 북한 전역에서는 탈북민과 대북 전단을 규탄하는 군중집회가 열렸습니다. 시위에 나선 주민들은 ‘민족반역자’ ‘쓰레기’같은 표현을 쓰며 탈북민들을 맹렬히 규탄했습니다. 다시 북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시위 참가자] “인간의 초보적인 체모마저 갖추지 못한 똥개들이 대가리를 꼿꼿이 쳐들고 날뛰고 있는 것을 어찌 이렇게 보고만 있겠습니까."

‘탈북민’이라는 단어가 북한에서 이렇게 공공연히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에서는 ‘탈북’이 조국을 배반하고 남조선으로 넘어갔다는 뜻으로 ‘쉬쉬’하는 일종의 금기어였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문과 방송에 널리 쓰이게 됐다는 겁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김정은 정권이 과거 김정일 정권과 달리 탈북민 문제를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다루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Kim Jung-eun regime not like his father, grandfather regime deal with more openly..”

전문가들은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와 지성호 씨가 한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도 북한 당국을 자극한 한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있다가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씨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또 함경북도 회령시 `꽃제비’ 출신인 지성호 씨도 온갖 고생을 하다가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따라서 태영호와 지성호가 국회의원이 됐다는 소식은 4월부터 북한 주민들에게도 알음알음으로 알려졌을 것이라고, 한국의 대북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사회에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또 북한 주민들 사이에 얘기가 많이 퍼지게 될 텐데, 북한체제가 선전했던 것들에 다들 물음표가 붙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북한에서 탈북민 문제는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커다란 사회현상이 됐습니다.

탈북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부터 본격화 돼 매년 1-2천 명씩 한국으로 넘어와 이제는 3만 5천여 명이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북한 행정구역 상 3천230개의 리와 1천135개의 동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웬만한 마을에서는 10명 가량이 탈북한 겁니다. 다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 “다 왔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의 최남단이 개성인데, 개성부터 북-중 국경까지 다 왔다고 보면 됩니다. 안 온 구역은 없습니다. 다 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 행렬이 20년 이상 계속되면서 탈북민들은 이제 남한과 북한을 연결하는 비공식 경제적,문화적 소통채널이 됐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 따르면 한국 내 탈북민 중 62%가 북한 가족에게 송금을 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1회 평균 2천 450 달러를 송금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송금한 돈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귀중한 돈줄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북 송금이 계속되면서 북한사회에서는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북한사회에서 탈북민은 조국을 버린 ‘배신자’로 간주돼 증오와 멸시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자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탈북해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친지가 보내주는 달러로 잘 살고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고, 탈북민 박광일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박광일] ”자녀가 있으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일반 주민 속에서 결혼 당사자가 가장 선호하는 것이 한국에 누가 친척이 있느냐 하는 겁니다.”

또 한국의 탈북민들은 북한의 가족, 친구들과 계속 전화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통 과정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한국을 비롯한 외부 세계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탈북민을 통해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됐으며, 북한 정권의 선전선동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민과 대북 전단을 둘러싼 남북한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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