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대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심각한 군사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미국의 전직 북 핵 수석협상가들은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근 한국에 대한 군사행동을 강하게 시사한 가운데, 미국의 전직 북 핵 특사들은 북한의 도발이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5일 ‘국제위기관리그룹’이 주최한 화상세미나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 “To accomplish that means that they cannot go into the military or kinetic kind of response, but certainly trying to create problems between the U.S. and the ROK”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기 때문에 군사적 또는 동적인 대응에 나설 수 없으며, 다만 미국과 한국 사이에 문제를 일으키려 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잇따른 강경 발언들을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하면서, 한국을 창피주고 미-한 동맹의 균열을 심화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글린 데이비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미국을 겨냥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추가적 위험요소가 뒤따른다”며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백악관에서 트위터 등을 통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좀 걱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 전 특별대표는 또 미국 선거 전후에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5개월 남은 상태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을 재개할 열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만큼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만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따라서 미국도 북한을 상대로 새로운 외교적 시도를 하기 보다는 북한의 도발을 막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 “I think we have to avoid certain things. I think we have to avoid a situation in which the North concludes it would be useful for them to jack up their position on our agenda of things.”
지금은 어떤 일을 벌이기 보다는 특정한 상황을 피할 때이며, 북한이 미국 새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상황을 피하고, 북한이 모험하기 좋은 때라는 결론을 내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한편,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과 관련해 데이비스 전 특별대표는 북한을 다시 협상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스 전 특사] “You’ve got to put pressure on them, here China becomes the key. The basic fundamental flaw to the Singapore process was the United States acting essentially unilaterally”
데이비스 전 대표는 “북한에 압박을 가해야 하며 이 때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싱가포르 합의의 가장 근본적인 결함은 사실상 미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직 협상 대표들은 미국 대선 전까지 또다른 미-북 정상회담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절박한 것으로 보일 것이라며, 좋은 결과가 전혀 나올 수 없는 행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