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말했습니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북한 핵은 역내 국가들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며, 특히 중국과의 협력패턴을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힐 전 차관보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이번 미-한 정상회담은 어떤 의의가 있는 건가요?
힐 전 차관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만난 몇 안 되는 외국 지도자 가운데 문 대통령을 포함했다는 것은 양국 간 친밀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국제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겠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외교와 역내 안보 등을 논의할 것이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북 핵 문제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전략을 두 나라가 어떻게 이행할지를 두 대통령이 직접 만나 이야기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두 정상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이행 방안에 대해 논의할텐데요, 어떤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수 있을까요?
힐 전 차관보) "아무런 진전없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구상을 하고 이에 양국이 동의해야 합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북 핵 협상을 이어갈지, 다자 협의를 할지 아니면 (이전처럼) 양자 간 협의를 할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직접 들어보는 좋은 기회도 될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명백히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겁니다."
기자)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 협의 방식을 택한다면 어떻게 중국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힐 전 차관보) "중국이 북한 핵 문제애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우리는 중국이 북한 편이 아닌 우리 편에 서게 해야 하는데, 이번 회담에서 미-한 정상이 이 부분에서 창의적이고 발전된 아이디어를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수없이 말씀드렸습니다만 북 핵은 미국, 한국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로 다자간 협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중국과 어떤 협력패턴을 만들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힐 전 차관보) "두 정상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대북 경제 조치를 유지할 필요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해가 있을 것이고, 아마도 경제 조치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겁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달성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재확인해야 하고요, 북한이 미-한 관계에 틈을 벌리려는 시도를 인지해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도 논의될 겁니다. 그 누구도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를 원치 않습니다. 북한은 코로나 문제가 없다고 여전히 주장하지만 국제적 전염병으로 내부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반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힐 전 차관보) "여전히 기다리며 지켜보자는 거죠. 그리고 북한 스스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언급에 대한 북한의 성명을 보면, 역시 지난달, 지난해, 아니면 10년 전 내놓은 것들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북한 측이 내놓을 마지막 말이 아니라는 것이죠. 다시 말하지만 북한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그다지 좋은 시기를 맞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아마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다만, 만약 이렇게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 결국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라는 셈법을 갖고 있다면, 북한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힐 전 차관보) " 아닙니다.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핵무기가 없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그러니까 한반도 내 반쪽만 비핵화하면 되는 문제로 저는 봅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신가요?
힐 전 차관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대표는 할 일이 있을 때 필요한 직책입니다. 북한과 대화가 시작될 때 필요한데요. 북한이 대화하는 척 하는 모양새를 취할 때 미리 제재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내어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재 완화는 북한이 진지함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왔을 때 가능한 것이지,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로 풀어줄 만한 사안이 아닙니다. 북한이 제재 완화 없이는 대화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면, 제재 완화에 따른 반대급부가 무엇이냐며 북한과 두 단계, 세 단계를 밟아가야지 대화 시작의 대가로 먼저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됩니다."
아웃트로: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부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