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이란 핵 합의, 북 핵 협상에 적용 어려워"

이란 핵 합의 당사국 대표들이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 합의 복원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복원하려는 이란 핵 합의가 미-북 협상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자 협력 측면에서 이란식 방법론을 적용하려 해도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을 끌어내기 어렵고, 북한과 이란의 핵 역량에도 큰 차이가 있어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미국과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동맹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제력을 통해 두 나라의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를 동일선상에 두고 동맹과의 협력과 조율을 통해 대응한다는 원칙론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북한과 이란의 현 주소는 극적으로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복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란 핵 합의와 향후 북한과의 협상에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을 동일한 문제로 표현하지만 두 나라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t’s an arms control agreement, it limits and controls your own program and it doesn’t seek to eliminate it.”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복원을 모색하는 이란 핵 합의는 군축 합의로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통제하려는 것이며, 북한처럼 완전한 핵무기 제거가 목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협상 목표가 핵무기 보유 시점 등을 지연시키는 정도라면, 이미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협상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북 핵 협상은 이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며, 두 사안을 동일시하거나 연관짓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 ”North Korea is clearly far ahead of Iran in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In 2017, leaked US intelligence documents indicated Pyongyang might have 30-60 nuclear weapons with an ability to produce fissile material for an additional 7-12 per year.”

지난 2016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017년 유출된 미국 정보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매년 7~12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추가 생산할 수 있고, 30개에서 최대 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핵무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 생산 역량을 개발하고 있는 이란과는 크게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클링너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 복귀를 계기로 다음 목표로 북한과의 협상을 설정할 수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초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그리고 독일 등과 함께 이란과의 핵 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다자협력 방식이 미-북 협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 핵 협상에 이란식 해법을 적용할 수 부분은 동맹과의 협력일 것이라며, 조만간 발표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이 점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A key question will be whether they want to include China in this process, because I'm skeptical that anything can be done without China.”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관건은 북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중국의 참여 여부지만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간 갈등 국면에 놓인 미-중 관계가 언제, 어디까지 회복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6자회담과 같은 ‘전통적 대북접근법’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협상을 한다면 미국은 선택의 여지 없이 양자간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전 국장] “Because, basically South Korea and Japan are pushed aside by North Korea,”

고스 국장은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원하기 때문에 외교적 고립 탈퇴를 목표로 당사국들과 대화하는 이란과는 시작점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도 북한과 이란은 지정학적 상황이 많이 다르며, 북한은 이란과 달리 `고립경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차관보] “Geopolitical situation is different. The big difference is that North Korea is a very isolated state outside of their ties with China and Russia,”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외에는 (외교) 관계가 없는 매우 고립된 상태이며, 특히 중국과의 무역이 대부분인 북한은 중국이라는 보호막 아래 중국의 큰 영향을 받지만, 이란은 비교적 많은 교역국을 보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란 핵 합의 복귀가 대북 협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일단

미국이 협상에 임하고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는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While the revitalization of the JCPOA and U.S. participation in it will be a positive signal of U.S. preparedness to engage in negotiations and honor its commitments, the only negotiation Pyongyang is interested in is one in which its nuclear status is recognized or accepted.”

힐 전 차관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인 이란은 제재 해제와 외교적 고립 탈피를 목표로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보이는 만큼, 미국 역시 이에 맞는 조건을 테이블 위에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통합 대신 고립을 추구하고 있어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은 것도 미국의 대이란, 대북 협상 접근법이 다를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힐 전 차관보는 밝혔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