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이끌려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은 3박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11일 기자들에게 한-일 양 정상이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의지가 강하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입장차가 큰 상태에서 박 원장의 이번 방일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이뤄졌다는 평가입니다.
박 원장의 방일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동맹 가치를 앞세워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직접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박 원장은 방일 기간 중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예방해 양국간 새로운 파트너십에 대한 의지를 공식화하는 이른바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특히 내년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올림픽 초청이 성사되려면 주최국인 일본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얼어붙은 한-일 관계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 대통령은 또 앞서 지난 10일 국제 체육분야 전문가인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스위스주재 대사로 임명하면서 노 대사에게 “IOC와의 좋은 인연을 살려서 도쿄올림픽 개막식 남북 공동 입장과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 등을 잘 협의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 정부는 다자외교 특히 동아시아에서 미-한-일 안보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캠프의 정책기조에 맞게 일본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미리 보이면서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국제 무대로 나오게 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다른 차원에선 내년 일본의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다시 한번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려는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결국 일본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고 한-일 관계 개선이 전제가 되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과거 미-한-일 삼각동맹의 완전한 복원까지는 몰라도 한-일 관계는 어느 정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차기 행정부가 미-한 동맹 정상화를 고리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한국도 과거와 같은 방식의 밀착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이라든가 전작권 환수라든가 주한미군 철수라든가 문제를 정상화시켜 주는 데 대해 거기에 상응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어느 정도 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되는 거죠.”
납치자 문제로 갈등이 지속돼 온 북-일 관계에 대해 신범철 센터장은 스가 총리가 최근 김 위원장과 아무 조건없이 만나겠다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는 등 향후 두 나라 관계가 유동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문제는 북한의 태도라면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내년 7월까지 미-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나 속도에 대해 북한이 큰 불만 없이 대화에 나설 만한 분위기가 이어지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북한이 올림픽을 통한 대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에도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미국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서 남북관계나 북-일 관계에 있어서 뭔가 변화를 주고 나름대로의 숨통을 튼다면 북한으로서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그리고 또 새롭게 들어서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정립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일본이 북한 고위급 인사의 올림픽 초청을 추진할 경우 미-일 간 견고한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도 대화의 판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미국 민주당 행정부는 전통적으로 대북 관여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이런 접근에 나서는 것이라며, 올림픽 무대에서 한국과 일본의 중재로 미-북이 만날 경우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한국이 혼자 북한과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이 귀를 안 기울이잖아요. 그러니까 결국 국제 무대와 관여시키는 것이고 북한이 가장 관심이 있는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도쿄올림픽을 다시 활용한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1차적인 변수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진정 여부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와 일본은 이미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돼 내년에 열게 된 도쿄올림픽을 반드시 치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대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