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캐나다인 대북사업가에 간첩죄 11년형...지지자들 "북한 주민에 애정"

지난 2014년 1월 미국 전직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과 평양을 방문한 캐나다인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왼쪽) 씨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중국이 캐나다인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씨에 대해 징역 11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외국을 위해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한 혐의입니다. 스페이버 씨의 지지자들은 그가 북한 주민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11일 캐나다인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씨에 대해 11년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스페이버 씨에게 “외국을 위해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한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재판부는 스페이버 씨의 재산 5만 위안, 미화 7천700 달러를 몰수하는 한편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채 국외로 추방한다고 밝혔습니다.

랴오닝성 단둥 중급인민법원은 앞서 지난 3월 스페이버 씨의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했습니다.

마크 가노 캐나다 외무장관은 11일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페이버 씨에 대한 판결이 부당하다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가노 장관] “Canada condemns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Mr. Spavor’s, unjust conviction after more than two and a half years of arbitrary detention. My thoughts and the thoughts of all Canadians are with Mr. Spavor and his family during this extremely difficult time..”

가노 장관은 이번 판결이 2년 반 동안의 임의구금 끝에 나왔다며, 법적 절차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없고 국제법상 최소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이버 씨는 물론 그와 함께 중국 당국에 체포된 전직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 씨의 석방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동맹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 “즉각 석방 촉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1일 성명을 내고 스페이버 씨와 코브릭 씨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당국자들과 만났을 때 임의구금된 미국인들과 캐나다인들의 석방을 촉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스페이버 씨와 코브릭 씨의 석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인간은 협상 지렛대가 아니”라며 중국 측에 두 캐나다인의 석방을 촉구했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Our support for the release of the detained in China two Canadians Michael Spavor and Michael Kovrig. Human beings are not bargaining chips. We’re going to work together until we get their safe return.”

한편 11일 중국 주재 캐나다대사관에서는 미국, 일본, 호주, 영국, 뉴질랜드, 유럽연합 등 25개 나라 외교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페이버 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도미닉 바튼 중국 주재 캐나다대사 입니다.

[녹취: 바튼 대사] “Our collective presence and voice send a strong signal to China, and the Chinese government in particular, that all the eyes of the world are watching.”

바튼 대사는 “우리가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낸 것은 ‘전 세계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중국 정부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중 갈등이 확대되는 가운데 서방국가들 사이에 ‘인질외교’에 대한 우려가 크게 퍼졌고, 기업가들은 중국 방문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1일 도미닉 바튼 중국 주재 캐나다대사가 중국 법원이 캐나다인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씨에 대해 11년 징역형을 선고한 뒤 베이징에서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멍완저우 사건과 연계... “중국의 정치보복”

이번 판결은 캐나다 법원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의 미국 송환 여부을 놓고 몇 주 내 최종 심리를 할 예정인 가운데 나왔습니다.

멍 부회장이 캐나다 당국에 체포된 지 9일 뒤 캐나다인들의 체포가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중국의 보복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도 11일 “스페이버의 기소는 (멍 부회장 사건에 대한) 중국의 정치보복으로 널리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바튼 대사는 “멍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런 판결을 듣게 된 것을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바튼 대사] “I don’t think it’s a coincidence again that these two cases have been. We’ve been hearing the verdicts from them while that a trial is going on.”

하지만 중국은 법원의 이번 판결과 멍 부회장 사건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습니다.

“스페이버, 북한 주민들에 애정 가져”

스페이버 씨는 중국 단둥에 거주하며 북한과의 사업을 활발히 추진해 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스페이버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애정을 반영한다”고 그의 지지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또 그의 친구들은 “스페이버가 정치보다는 북한 주민들과 모험에 훨씬 더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연세대학교의 존 들루리 국제대학원 교수는 “스페이버는 정치적이거나 사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북한과의 다리를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고 아무도 감사하지 않는 일인데, 그는 기업가 정신으로 접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페이버 씨는 ‘백두문화교류사’를 운영하면서 외국인들의 북한 관광과 투자를 주선해왔습니다.

특히 지난 2013년 미국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을 주선했으며, 이때 로드먼 일행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당시 로드먼 일행은 3일간 원산시 근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제트 스키를 탔습니다.

스페이버 씨는 또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 하버드대, 캐나다 맥길대 학생들과 교수진의 북한 방문을 주선했고, 평양에서 열리는 ‘가을철 국제상품 전람회’에 외국인 투자자들을 이끌고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