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간부들에 대한 처형이 늘고 외화벌이 압박이 거세지면서 해외 파견 외교관과 특수기관 인력의 한국 망명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직 북한 외교관이 말했습니다. 유럽 주재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1997년 한국에 망명한 김동수 박사는 지난 5년 동안 북한 외교관들 외에 특수기관 소속 10여 명이 한국에 망명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김 박사는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다 최근 은퇴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27일 김 전 위원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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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에 이어 류현우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가족이 한국에 망명해 1년 넘게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알려졌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이렇게 망명길에 오르는 이유가 뭘까요?
김동수 전 위원) “정치적 망명이란 의미가 현 김정은 체제에 반대해서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리고 오는 경우인데, 북한의 앞날이 정말 어둡고 하니까 북한 외교관들이 연이어 정치적 망명을 결심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북한 내부에서 간부들 처형이 많습니다. 이유는 북한 정권은 인민을 위한 시책을 펼치는데 간부들이 다 태만하고 일을 안 해서 어렵게 됐다. 그러니까 간부들에게 다 뒤집어씌워 처형하니까 거기에 대한 두려움도 있죠. 해외에서 북한에 들어가게 되면 자기 앞날이 불명확하고 처벌받는 일들도 많을 수 있으니까요.”
기자) 태영호 전 공사는 망명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두 아들에게 자유와 꿈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고, 류 전 대사대리도 자녀 영향이 컸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수 전 위원)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죠. 북한에 가야 뭐. 지금 해외에서 외화벌이도 안 되고, 들어갈 준비도 하나도 안 돼 있는데 소환하면 들어가서 그냥 손가락 빨 정도이니까 아이들 장래는 담보도 못 하죠. 옛날 같으면 외화를 벌어서 들어가 뇌물을 먹여 아이들 군대도 안 내보내고 좋은 대학을 보낼 수 있는데, 지금 북한이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제대로 할 수 있나요? 제재로 인한 국제 정보망 때문에. 그러니까 북한에 들어가면 아이들 장래도 어려우니까 그런 이유로도 망명을 결정할 수 있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앞서 말씀하셨듯이 외화벌이에 대한 압박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김동수 전 위원) “그것도 작용했을 겁니다. 평양에서 해외공관들에 외화벌이 과제를 내려보냅니다. 그런 책임을 못 해서 대사관(공관)이 폐쇄될 위험성도 있고. 동시에 북한 외교관들이 불법 장사를 많이 하잖아요. 대표적인 게 중동에서 무기 거래, 또 마약 팔고. 지금은 대북 제재 강화로 어디서든 북한 외교관들이 외화벌이는커녕 잘못하면 추방되게 생겼으니까. 맨 손만 빨고 있죠. 빈 손으로 들어가면 자기 앞날이라는 게 완전히 막히니까 이래저래. 또 외교관들뿐 아니라 해외 파견 근로자들, 특수기관 소속 사람들이 최근 많이 탈북합니다. 한국에도 최근 망명 온 고위층들 보면 특수기관 사람들이 많이 탈북합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습니다만, 그런 특수기관 인사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김동수 전 위원) “그것을 통계로 공개한 사람(곳)은 없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난 4~5년 사이에 10명 정도. 외교여권을 소유한 사람은 고위 탈북자로 봐야죠. 해외에서. 외교관들은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데, 이 특수기관 사람들은 조용히 많이 오는데, 이 사람들은 특수기관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 신변안전에 주의하고 공개 안 되기 위해서 적극 노력하죠.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자) 주로 어떤 분야의 특수기관에 종사한 사람들인가요?
김동수 전 위원) “그것은 제가 그들의 신변 때문에 말씀을 못 드립니다. 미국에도 몇 명이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본인들이 공개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공개를 안 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공개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이 피해를 보니까.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히 있자는 게 본인들의 의도 같습니다. 그래서 공개를 안 합니다.”
기자) 미국 등 다른 나라 정부가 북한 인사들의 망명을 공개하지 않아서 단순 비교는 힘듭니다만, 상대적으로 한국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요?
김동수 전 위원) “크게 보면 영어를 하는 외교관들은 미국 가면 괜찮은데, 특수기관에서 나온 고위 탈북 인사들은 외국어를 잘 못 합니다. 둘째는 한국이 아무래도 코앞이 북한이고 여기에 오면 북한 소식도 자주 접하고. 또 정서적으로 같은 민족, 같은 핏줄이니까. 우리야 정치적 망명할 때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고 오는 거죠.”
기자) 한국 정부의 정착 지원에 관해서는 반응이 어떤가요?
김동수 전 위원) “제가 와서 23년이 되어 가는데, 쭉 돌아보면 고위급 탈북자든 일반 탈북자든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적 혜택! 알고 모르며 받는 혜택은 상당히 크고. 그것은 누구도 부인 못 하죠. 그것이 또 북한에도 많이 알려졌을 겁니다.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탈북자 정책은 시종일관하다. 그들이 또 여기 와서 그것을 계속 북한과 해외에 전달하니까요.”
기자) 태영호 전 공사 등 여러 망명 인사들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도 북한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동수 전 위원) “태영호 의원이 제 (평양외국어대) 2년 후배인데, 대한민국에 와서 4년 만에 서울 강남의 국회의원으로! 이것은 비례대표도 아니고 출마해서 선거를 통해 당당히 당선됐는데, 북한에서 상상도 못 하죠. 해외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에게도 탈북 외교관이 한국에 가서 4년 만에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은 이건 정말 기적이죠. 그러니까 야 대한민국만큼 진짜 자유로운 나라가 있냐? 이렇게 생각하는 게 현재 해외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겁니다.”
기자) 앞으로도 이런 망명이 계속 늘어날까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동수 전 위원)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핵 강대강으로 나가겠다. 핵 보유국을 완전히 선포한 것이나 같은데, 그리고 자력갱생을 상당히 강조했는데. 여기서 핵심은 간부들이 일을 어떻게 전개하는지가 관건인데, 간부들도 지금 웬만한 사람들은 다 처형될 수 있고 자기가 다 뒤집어쓰니까 다 안 하겠다고. 그러니까 뭘 해도 원천이 없는 겁니다. 첫째, 북한 주민들이 다 사상이 변해서 호응하지 않거든요. 둘째, 간부들이 그것을 다 감당하지 못합니다. 이제는요. 사상선전사업 갖고는 구실을 찾지 못하니까 이래저래 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오니까 전망이 없는 거죠. 북한이 좀 더 대북 제재로 조여지고 더 어려워지고. 내부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죠. 이런 북한 내부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정세에 따라 탈북 행렬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