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 일방 차단…한국 “상황 주시”

지난 2018년 9월 14일 조명균 당시 한국 통일부 장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외 주요 참석자들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참석했다.

북한이 한국 내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오늘(9일) 남북한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했습니다. 북한은 또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대남 공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뜻을 시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9일 정오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연락선과 군 동서해통신연락선, 남북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 폐기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한국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아 첫 조치로 공언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차단을 넘어 모든 소통채널 차단에 나선 겁니다.

이로써 지난 2018년 4월 20일 개설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해 군 등 모든 당국 간 연락수단이 단절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대남사업 부서들이 참여하는 사업총화회의가 열렸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앞서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면서 한국 당국에 응분의 조처를 하지 않으면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이 회의에서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번 통신연락선 차단은 한국과의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기로 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밝혔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로 조성된 남북 간 평화무드를 깨고 다시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추가적인 대남 공세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조치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비롯한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이 불통 상태라고 확인했습니다

통일부는 9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북한 측이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북 간 군 통신선과 기계실 간 시험통신선, 청와대 핫라인뿐만 아니라 판문점 채널 등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의 통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문점 채널이 끊어지면 전통문 수신과 발신이 모두 불가능해집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이 같은 조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여상기 대변인]"남북 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합니다. 정부는 남북 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을 해나갈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면서 북한의 조치에 대한 대응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통일부는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데 대해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 북한이 이번 지시의 주체로 밝힌 김여정 제1부부장에 대해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라는 북한의 공개적 언급이 있었으니 관련 사안을 좀 더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도 북한의 조치에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미-북 정상 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북과 남북 대화의 교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사실상 한국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한 것은 청와대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올해 들어 북한과의 교류 확대를 위해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 방역 등 남북 협력사업 추진에 주력해왔지만 북한이 적대적 태도로 선회하면서 난관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미국 측과 상시적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