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금지법' 논란 재점화…"한국 정부 유엔과 공방까지 벌여 실망"

지난 2014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며 유엔의 우려를 반박한 데 대해 워싱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단 살포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모호한 법 조항은 정부 주도 인적교류까지 제한하는 모순을 낳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동맹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우려 속에 미 의회 청문회까지 소집시켰던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의 재검토를 권고한 유엔의 서한에 이 법의 정당성을 거듭 피력하는 답장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라는 본질적 내용이 아닌 표현의 ‘수단’을 제한하는 것이지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국경 거주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을 부과한다”는 기존 입장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이런 논리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접경 지역 사건’은 대부분 다른 문제 때문에 발생했고, 주민 안전을 담보한다는 명분 아래 한국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핵심입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한국 정부가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전단지 풍선 때문에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을 내놨다”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rgues that it is restricting freedom of expression in order to protect public safety. Unfortunately, howeve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not made a convincing argument that public safety is threatened by leaflets being sent via balloon. Incidents along the inter-Korean border are frequent. South Korean military officers and United Nations officers are constantly dealing with border incidents, and most of them have nothing to do with balloons and leaflets.”

그러면서 “남북한 접경 지역에서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한국군 당국자들과 유엔 관리들은 국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끊임없이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 전단지 풍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북 제재와 인권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문재인 행정부의 진정한 관심사가 대북전단 살포 지역 인근 주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었다면, 살포 장소를 인구가 적은 곳으로 옮기도록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If the Moon administration's real concern were to protect the safety of South Koreans near the leaflet launch sites, it would simply move them to less populated areas. It would remind Pyongyang that non-violent expression across borders is protected by Article 19 of the Universal Declaration ofHuman Rights. It would use its diplomatic influence to remind Pyongyang that peaceful coexistence, reform, and reunification are impossible if it won't learn to engage with dissenting ideas.”

그럴 경우 한국은 “국경을 넘는 비폭력적인 표현은 ‘세계인권선언’ 제 19조에 의해 보호된다는 것을 북한 정권에 상기시켰을 것이고, 반대 의견을 허용하지 않으면 평화적 공존과 개혁,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 정권에 상기시키는 데 외교적 영향력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대북전단법은 표현의 ‘수단을 제한하는 것이지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한국 정부의 논리도 워싱턴에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대북전단 살포라는 ‘수단’ 자체가 사실상 유일한 정보 전달 통로가 돼 왔다는 사실을 외면한 비현실적 해법이라는 반박이 나왔습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1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주된 방법은 전단지 풍선을 날리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여기에 반대하는 것은 마치 ‘북한을 외부 정보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The primary method of getting information to the North Korean people is balloon launches. And if you don't do that, you're just not going to be able to reach them. So f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raise these objections is basically saying, ‘Look, we want to protect the North Korean people from outside information.’”

지난 4월 15일 미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관련 청문회에서 증언한 고든 창 변호사는 전날 VOA에 “한국 민주주의가 자국 대통령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워싱턴의 법률 전문가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한국 정부 주도의 인적교류까지 위법으로 만들 모순을 낳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많은 비판자들이 언급했듯이, 대북전단금지법의 광범위한 문구는 대북 송금이나 방송을 포함한 다른 형태의 ‘사람 대 사람(people-to-people)’ 간 관여도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북금지법은 문재인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체가 오류이거나 거짓이라는 암묵적 고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As may critics have noted, the broad language of the "leaflet law" potentially bans other forms of people-to-people engagement, including remittances and broadcasts to the North. So, the leaflet law itself is the Moon administration's tacit confession that its entire North Korea policy is either a fallacy or a lie.”

특히 이런 모순은 근본적으로 대북전단금지법의 ‘정치적’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킹 전 특사는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라는 성공하지 못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단지 풍선을 막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남북 관계 개선에 관심도 없고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Unfortunately, it appears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s preventing balloons and leaflets in an unsuccessful effort to restart talks with the North. Pyongyang has shown little interest and made no effort to improve North-South relations.”

고든 창 변호사는 대북전단금지법의 목적은 한국 정부의 주장과 달리 “북한 정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려는 데 있다”며 이런 양상은 문재인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If this were the only thing, one might say ‘Okay, I can understand it’ but this is in a series of actions that the Moon government has taken to support Kim Jong-un.”

“대북전단금지법이 유일한 조치였다면 이해할 만도 하지만, 이는 김정은을 지원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취해온 일련의 행동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도 외교적 영향력이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개혁, 개방, 비핵화, 평화적 공존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자신들의 통제와 검열에 한국이 복종하는 통일만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사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In fact, the Moon administration knows that it has no diplomatic influence; that Pyongyang isn't accepting reform, openness, disarmament, or peaceful coexistence; and that Pyongyang will only accept reunification if Seoul submits to its control and censorship.”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은 늘 북한 정권을 문제 삼아온 유엔의 ‘인권 감시망’에 언제부턴가 한국이 걸려들고, 유엔과 공방까지 벌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킹 전 특사는 “유엔 특별보고관들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e fact that the issue was raised by several UN Special Rapporteurs is a clear indication that there is serious concern about the limitations on freedom of speech.”

이어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은 전단지 풍선 금지 행위에 대한 강력한 반론을 제기했고, 한국 정부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며 “유엔에서 한국의 중요한 역할을 고려할 때 유엔 특별보고관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omas Ojea Quintana and other UN Special Rapporteurs have made a strong case against the action to prevent balloons and leaflets, and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not made a satisfactory response. In light of South Korea's important role in the United Nations, it is disappointing to see the South Korean response to the Special Rapporteurs.”

한편,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12일 VOA에 보낸 공식 성명을 통해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정은 남매를 달래려는 조치라며,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자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것은 모순적이고 슬픈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