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회가 옛 나치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전단을 통해 알리다가 체포돼 처형당한 여대생 조피 숄(Sophie Scholl)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용기와 저항 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한 민간단체는 독일 국민을 깨우려던 숄의 노력이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하는 탈북민들과 비슷하다며, 한국과 국제사회가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일 정부와 학교, 주요 언론들은 지난 9일 조피 숄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와 기념주화 발행, 특집기사 등을 통해 그의 업적을 기렸습니다.
옛 나치독일 정권에 저항한 조직 ‘백장미’를 오빠인 한스 숄 등 친구들과 조직해 전단 살포를 주도했던 숄은 독일에서 손꼽히는 국가 영웅 중 한 명입니다.
뮌헨대 학생이었던 숄은 독일인들이 손을 높이 들어 히틀러를 숭배하던 나치 독재정권 시절 유대인 대학살과 전쟁범죄 등 정권의 만행과 거짓 선전을 전단에 담아 뮌헨 시민들에게 폭로했습니다.
독일 언론들에 따르면 독실한 기독교 가정 출신이었던 숄은 나치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에 침묵하는 독일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1942년부터 히틀러를 비판하고 국민 저항을 촉구하는 전단 살포 운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43년 나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에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고 동료들과 함께 참수됐습니다.
당시 21살이었던 숄이 처형 전 담담하게 일기장에 적은 글은 독일인들이 교과서를 통해 달달 외울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적인 강연 행사인 TED의 교육채널인 ‘TED-ed’ 는 26개 언어로 제작해 국제사회에 배포한 조피 숄을 기리는 동영상에서 그가 숨지기 전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TED-ed] “But she also spoke to a more hopeful future: “How can we expect righteousness to prevail when there is hardly anyone willing to give himself up individually to a righteous cause? Such a fine, sunny day, and I have to go, but what does my death matter, if through us, thousands of people are awakened and stirred to action?”
“정의로운 대의를 위해 자신을 바치려는 사람을 찾기 힘든데, 어떻게 정의가 승리하길 기대하겠는가? 아름답고 화창한 날 나는 (세상을) 떠나야 하지만, 우리의 행동으로 수많은 사람을 깨울 수 있다면 죽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 겁니다.
독일 ‘슈피겔’지는 9일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마도 히틀러와 나치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목숨에 대한 두려움, 다른 이들은 그것이 더 쉬웠기 때문”에 침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인들과 국제사회가 오늘날 조피 숄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숄과 ‘백장미’ 조직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옮았다고 믿었으며, 이 때문에 나치에 저항하며 다른 이들을 옹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2019년 숄 등 나치 정권에 저항하거나 히틀러 암살을 시도하다 희생된 인사들을 기리는 추모 행사에서 “우리는 이런 기억을 계속 보전하며 역사의 교훈이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메르켈 총리] “독일어”
독일의 인권단체인 ‘SARAM’의 니콜라이 스프레켈 공동대표는 11일 VOA에,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극심한 인권 침해에 저항할 필요를 느끼는 일부 용감한 사람들이 항상 있다”며 “그들은 옳은 일을 위해 투쟁하도록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는다”고 말했습니다.
스프레켈 공동대표는 히틀러 나치 정권처럼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고 거짓 선전과 선동으로 자국민을 통제하는 북한 정권에 대응해 전단 등 외부 정보로 북한 주민들을 깨우려는 탈북 운동가들도 숄처럼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프레켈 공동대표] “ I think that those activists who sent leaflets to North Korea also quite brave. I know some person who did these kinds of activities, and even though,.."
탈북 운동가들은 북한 정권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이 살해 협박을 받으면서도 북한 주민들을 깨워 조국을 변화시키기 위해 외부 정보를 계속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스프레겔 공동대표는 이런 활동은 탈북 운동가들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 등 국제사회가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최근 한국 정부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이런 활동을 금지하고 범죄화하는 법을 만든 것은 활동가들에게 “매우 가혹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프레켈 공동대표] “you cannot forbid people to bring information into a closed up dictatorship, it is something you should do. And, you know, my fear from that leaflet law is that this might be a first step, maybe in the future, somebody will try to forbid Radio broadcasts or,”
외부 정보는 북한 정권의 선전에 매몰돼 있는 주민들에게 유일한 정보의 생명줄로 금지해서는 안 되며, 이런 조치가 향후 대북 라디오 방송 금지나 다른 조치로 확대될 수도 있어 더욱 우려한다는 겁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전단 등을 통해 정보를 보내는 행위에 대해 “남북 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전단 등을 통해 북한 정권을 자극하기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인권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프레겔 공동대표는 그러나 “잔혹한 인권 탄압을 가하는 권위주의 독재정권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 정부가 나치 정권과 미얀마 군부의 인권 범죄를 비판하면서 북한의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주민들을 깨우는 민간인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프레켈 공동대표] I'm very sure she would not like to be glorified by people who oppose activists who spread information.
그러면서 “조피 숄도 독재사회에 정보를 보내는 활동가들을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미화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을 장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