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프리카 금융당국 "북한 등 WMD확산 금융 활동 사전 방지 중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지난 2016년 3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아래쪽에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보인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고위 금융 당국자들이 북한 등의 핵∙대량살상무기(WMD)자금 조달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가상 자산과 선박 보험 등 확산 금융 노출 위험이 높은 산업을 사전 식별해 선제적 대응책을 취해왔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금융정보분석센터(FIC)의 리제 반 슈어 선임 법률∙정책 고문은 29일, 각국은 북한과 이란 등 제재 대상국의 확산 금융(PF) 활동에 따라 직면할 수 있는 ‘고유의 위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반 슈어 고문] “Along the line, countries and jurisdictions around the world need to understand the unique risks they face in terms of not only those countries mentioned before DPRK and Iran, but also others. …Those individuals, entities, countries could be exploited for various reasons based on their own vulnerabilities.”

반 슈어 고문은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가 ‘국가의 확산 금융 위험 노출에 대한 평가’를 주제로 개최한 화상행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가뿐 아니라 해당 관할권 내 개인과 단체들은 그들의 취약성 때문에 확산 금융 활동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확산 금융이란 핵∙생화학무기 개발, 생산, 획득 등에 사용되는 자금이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나미비아, 영국 자치령 지브롤터와 함께 국가 차원에서 확산 금융 위험 평가를 진행한 소수의 국가 중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반 슈어 고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확산 금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부처간 실무그룹을 운영해 왔고, 자금세탁과 테러 금융 등 기존 불법 금융 활동에 비해 생소한 확산 금융의 위험성을 민간 부문과 대중에 알리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반 슈어 고문] “We try to emphasize that proliferation financing is not the ugly stepsister of money laundering and terrorist financing. You should see it as the whole thing.”

확산 금융 노출 방지와 규정 이행을 위한 교육, 제재 대상과 법률에 관한 정보 제공, 확산 금융 관련 지침서 발간, 의심스러운 금융 활동 보고 방법 공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응∙예방책을 실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이 대상에는 핵 확산과 직접 연계된 연구소나 제조업과 같은 전통적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신생 산업인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 사업자까지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반 슈어 고문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내에서도 가상자산이 확산 금융에 악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매우 실용적이고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이란과 사업 진행을 원하는 단체와 잠재적 확산 금융 위협에 관한 의사소통도 하고 있다고 밝히며, 의료와 농업 분야를 예로 제시했습니다.

영국의 해외 자치령인 지브롤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애드거 로페즈 국장은 현재까지 북한의 확산 금융 활동에 노출된 자료나 증거가 없었지만, 금융당국이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브롤터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지중해 내 가장 큰 선박 연료 주입용 벙커링 항구(bunkering port)가 관할권 내 있다며, 불법 원유 조달 등 북한의 해상 제재 회피 행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또 지브롤터의 경우 관할권 내 산업 부문을 대상으로 북한의 확산 금융에 노출될 위험을 측정했는데, 이 중 신탁 혹은 회사 사무를 대행해주는 ‘신탁 및 회사서비스 제공자(TCSP)’가 확산 금융 노출 위험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해운 활동이 북한의 주요 제재 회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운 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수의 신탁 및 회사서비스 제공업체가 확산 금융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지브롤터의 경제 활동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박 보험 역시 확산 금융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로페즈 국장은 평가를 통해 관련 산업의 지속적인 거래 감시 등 ‘적절한 통제’의 필요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관련 기관들이 확산 금융 활동의 복잡성을 이해해야 하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명단을 기반으로 제재 대상 유무를 판별하는 현 수준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페즈 국장] “There is a need to understand the complexities of proliferation activities ... It's also not only a question of actually detecting proliferation financing activities, but it's equally important, I think, is that we want to prevent the activity from actually happen before it occurs.”

로페즈 국장은 또 각국의 확산 금융 활동 적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방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 슈어 고문도 확산 금융 활동을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동의했습니다.

반 슈어 고문은 특히 확산 금융 활동이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적용해 발전하고 사이버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에 대응해 확산 금융 체계의 개념과 이해를 지속해서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