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차기 행정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거듭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비롯해 두 나라 간 공동목표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등 미국과 한국이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통화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당선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반도 평화에 방점을 뒀습니다.
문 대통령은 앞서 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비핵화와 함께 가야”... “북한의 상응 조치 필요해”
이에 대해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 대행은 VOA에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는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All of us are interested in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that includes removing the threat of nuclear weapons from the North Korean playbook.”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후보 지원 연설에 나섰던 컨트리맨 전 대행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우리 모두 북한의 핵 위협 제거가 포함된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있다”며 “북한과 이웃나라들, 미국 간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비핵화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평화체제와 비핵화 사이에 모순되는 부분은 없지만,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해 독자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함께 동맹으로서 긴밀히 조율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호의적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를 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think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would be in a way favorably disposed toward the concept that a war that has never been formally ended should be ended. But probably they would think that this is a card that should not be given away freely.”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전쟁이 끝나야 한다는 개념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쉽게 없앨 카드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추진하는 평화프로세스에 동참해서 종전 선언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북한이 어떤 상응 조치를 할지 한 번 보자. 공짜로 주지는 말자”라고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안보 중시하는 바이든 참모와 갈등 빚을 수도”... “구체적 혜택 제시해야”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고위급 지명자들 중 대다수는 (역내) 억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평화체제를 추진하며 이들과 일종의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국방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의 경우 동맹 공약이 훼손됐으며, 북한에 대한 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predominant focus of policymaking is going to be on a traditional approach which is maintaining deterrence and trying to negotiate denuclearization.”
스나이더 국장은 민주당 일각의 진보 진영이 평화에 초점을 둘 수도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을 입안하는데 있어 지배적인 초점은 억지력을 유지하고 비핵화를 협상한다는 전통적인 접근법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화체제의 구체적인 유용성이 무엇인지 문재인 정부가 좀 더 분명히 미국에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 think experts in the Biden administration will realize that so far Moon nor any other advocates of a peace agreement have articulated any benefits that would arise from this other than to hope that it would induce N Korea to behave itself.”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다른 평화협정 옹호자들이 평화협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혜택을 가져올지 정확히 얘기한 적이 없다는 것을 바이든 행정부 내 전문가들도 파악하게 될 것”이라며 “단순히 북한이 더 잘 처신할 것이라는 기대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평화협정의 구체적인 형태와 내용을 알 수 없고, 북한의 재래식 무기 감축과 한국에 대한 위협 중단 등의 조건이 들어가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것 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오히려 주한미군 감축 주장이 나올 수 있어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평화체제 우선시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과 전현직 당국자들 대부분은 깊은 회의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런 회의감은 바이든의 많은 참모들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re is deep skepticism among most American Korea experts and current and former officials about President Moon’s approach on N Korea, including his insistence on prioritizing a peace process, even as N Korea continues to enhance and expand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capabilities. This skepticism is probably shared by many of Biden’s advisers.”
“문재인-바이든 향후 관계 주목 돼”
한편, 바이든 전 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 나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Moon has what I would call a DJ problem. And that is DJ had made a lot of progress on inter-Korean relations under the Clinton administration and then the Bush administration came in and DJ was all prepared to explain to President Bush why his Sunshine Policy was right.”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남북관계에서 많은 진전을 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햇볕정책’에 대해 설명하려 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를 ‘설교’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초년병’도 아니고 나이도 훨씬 많은 만큼 문 대통령이 매우 주의 깊게 자신의 논리를 전해야 할 것이라고, 스나이더 국장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