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미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가 유력해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려면 기존의 틀을 벗어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했던 ‘탑 다운’ 방식 정상외교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렸습니다. VOA가 다섯 차례에 걸쳐 바이든 전 부통령 집권시 북 핵 등 한반도 현안들의 전망을 살펴 보는 기획보도,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미-북 협상 진전 방안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북한 문제의 진전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VOA의 질문에 미국의 전문가들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북한 문제가 진전을 보일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대부분 회의적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내년 초 취임이 유력해진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북한 문제는 다른 여러 사안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많이 밀린다는 점과, 북한 문제는 이전 행정부들을 거쳐오면서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마저 분명치 않아 새 행정부가 굳이 실패 위험을 감수하면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습니다.
다만, 진전을 이루기 위해 양측이 취할 수 있는 원론적 접근법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중 하나는 미국이 ‘비핵화’를 최종 목적으로 두지 않고, ‘군축’ 등의 관점에서 접근해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 상태에서 북한의 추가 핵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한 대화가 현실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I think the approach is to have a simple concept that North Korea needs to verifiably dismantle its production capability so it cannot make any more bombs…”
북한이 (핵) 개발 역량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해 추가로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간단한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핵 개발 역량을 폐기할 때 일부 혹은 대부분의 유엔 제재가 해제될 것임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이런 방식이 합의를 달성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국이나 중국이 이런 방안에 동의할지 확인한 뒤 북한과 접촉해 초기 반응을 살피고, 이후 실무진의 협상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정상회담에서 이를 공식화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오핸런 연구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런 접근법을 시도할지 분명치 않을 뿐더러 북한도 이런 방안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제시하는 이유가 매우 많을 수 있다며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분석했습니다.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도 북한이 움직이는 건 미국이 무엇을 제안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사실상 ‘동결’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So it really depends It really comes down to what is the United States willing to do accept...”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고, 북한과 협상을 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게 무엇인지가 먼저 살펴볼 사안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비핵화를 떠나 이런 작음 틈새를 열 의지가 있고, 더 나아가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잠재적인 동결에 대해 논의한다는 건 매우 현실적인 외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고스 국장 역시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분석했습니다.
특히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건 ‘새로운 전략’인데, 바이든 전 부통령 주변에 1990년대 말 클린턴 행정부 때 인사들이 있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인사들이 대북정책을 꾸린다면 사실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동결’을 조건으로 한 대화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춘 접근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would not know I would not agree with any such concessions. I think the issue is there needs to be a discussion with the North Koreans and see what needs to be done…”
제재 완화와 같은 양보 보다는 북한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시작도 하기 전에 하는 양보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은 종종 선의의 제스처마저도 약함으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저지른다면서, 이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의제, 즉 비핵화와 같은 미국에 중요한 사안을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최소한 현 시점 북한이 비핵화를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한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그렇다면 북한과 군축 합의를 해야 할 텐데 과연 미국이 준비가 됐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And so the policy issue they're going to have to decide is, are we prepared to make an arms control deal with North Korea?...”
매닝 연구원은 특히 군축과 같은 조치는 중간 과정으로 묘사되겠지만 실제론 최종 단계라면서, 이런 접근법이 의회의 지지를 받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의 진전 여부가 북한의 도발 여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북한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 지금처럼 도발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For the Biden administration, my recommendation is to send a clear signal to North Korea, perhaps to try and push through South Korea or even China…”
한국이나 중국을 압박해서라도 바이든 행정부 임기 초반 김정은 정권이 지금처럼 관망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도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이 도발로 복귀하지 않아야만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화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한 ‘탑 다운’ 방식이 계속돼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과의 대화가 반드시 ‘탑 다운’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What President Trump engaged in was top down, I guess President Clinton engaged in bottom up because I negotiated with the North Koreans…”
갈루치 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가 `탑 다운’ 방식이었다면, 자신이 북한과 협상했던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관여 방식은 ‘바텀 업’, 즉 아래에서 위로 가는 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무협상에서도 제네바합의 등 양쪽이 인정할 만한 합의가 나왔고, 이는 누가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아무 것도 아닌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고 밝혔습니다.
힐 전 차관보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탑 다운’ 외교가 비핵화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실무 차원의 협상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반면 고스 국장은 미국의 정상만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고 믿는 북한에게는 ‘탑 다운’만이 유일하게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탑 다운’을 통해 북한과 어떻게 협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핵심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탑 다운’을 시도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통령이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렇지 않으며, 의회도 이런 접근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북한 정상과의 만남 등에 대해 과도하게 조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조언했습니다.
[녹취: 오핸런 연구원] "Jimmy Carter did meet with Kim Il sung in 1994 and that really did help pave the way for the Agreed Framework…”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인) 1994년 김일성 주석과 만났고, 이 만남은 결함이 있긴 하지만 제네바합의의 기초를 닦는 데 기여했다는 겁니다.
오핸런 연구원은 또 오바마 대통령도 2009년 취임연설에서 적대국이 쥐었던 주먹을 풀면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이 주먹을 풀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변국을 통한 진전 방안에 대한 해법도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중국을 이용해 북한과의 진전을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중국에 강한 자세를 취하는 건 미 의회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새 행정부가 들어서도 이런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That's not going to change just because a Biden administration is coming in, the style and tone might be different but overall approach…”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을 대하는 방식이나 목소리가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교해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는 중국을 이용한 북한 문제 해법에 있어 딜레마 상황에 처하게 했다고, 테리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매닝 연구원도 중국을 이용한 북한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The problem with China is our priority is denuclearization and their priority is stability…”
매닝 연구원은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서 문제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반면, 중국은 북한체제의 안정을 우선시하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내일은 세 번째 순서로 미 의회의 구성 변화와 대북정책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