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트럼프-바이든 대북 시각차 분명...정상외교 가능성 주목"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2일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학에서 최종 TV토론을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바이든 후보의 입장에 주목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22일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법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정책 성과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So the takeaway I have is that the President is pleased with where we are with respect to N Korea. I think the challenger, former Vice President Biden’s approach to this is that the problem of N Korea has not gotten better, gotten worse.”

갈루치 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의 현 상태에 흡족해 한 반면, 바이든 후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꼽으며 문제가 더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일어난 일에 대해 의견 차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외교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성과와 성공과 실패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두 후보간 토론을 통해 둘 사이의 본질적 차이가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을 재는 잣대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확대하고 중거리 미사일 기술에 상당한 진전을 냈다는 점을 외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exchange between the two candidates clarified the essential differences between them. Trump’s measure of “success” of his policy is his belief that he has a good personal relationship with Kim Jong Un and that there has not been a war with N Korea.”

반면 “바이든 후보는 북한과 ‘공허한 외교’, 즉 비핵화 목표와는 상관없고 북한의 위협을 위장하는 ‘TV 용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해석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2일 테네시 네쉬빌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의 정상외교 추진 여부’ 두고 엇갈린 해석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바이든 후보가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말한 점이 가장 주목된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22일 TV 토론에서 김 위원장이 “핵 역량을 축소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 그와 만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n other words he would continue to carry out the Trump policy of summitry in order to achieve progress toward denuclearization.”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바이든 후보의 발언은 “트럼프 식 정상외교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캠프가 지금 이 순간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선에 승리한 이후 북한 측과 만난 뒤에야 구체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배’인 김정은과 만났다고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그런 만남을 이어가겠다고 한 것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바이든 후보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So that’s where the dilemma comes at because basically he accused Trump of legitimizing a thug. But at the same time he expressed a position that I would call a ‘conditional legitimization’ because he did express wiliness to meet Kim Jong Un if he committed to denuclearization.”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배’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하면서, 동시에 바이든 자신도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한다면 만나겠다는 ‘조건부 정당성 부여’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결국 미국 외교정책의 딜레마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비핵화에 진전을 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바이든 후보가 TV 토론에서 지적했듯, 자국민을 억압하는 북한의 지도자와 만나는 것에 대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가 제기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 “헷갈리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클링너 연구원] “He had a slightly confusing comments about he would only meet Kim on condition that he would agree to denuclearization. And people have said N Korea has agreed to that. But Biden’s previous statement as well as those of his advisers was that he wouldn’t have another photo-op summit like Trump has had.”

클링너 연구원은 “바이든 후보가 김정은이 비핵화에 합의하면 만나겠다고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김정은이 이미 합의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바이든 후보와 참모들은 앞서 트럼프와 같은 ‘사진찍기 정상회담’은 안 할 것이며 실무회담이 선행되는 전통적인 상향식 외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며 이번 발언은 결이 다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바이든 ‘전략적 인내’ 2.0 아닐 듯... 트럼프 기존 정책 고수

전문가들은 바이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have not heard Biden or any of his advisers, make a case for a return to ‘strategic patience.’ Biden and many of his closest advisers witnessed firsthand during the Obama administration the failure of strategic patienc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후보나 그의 참모들이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를 주장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과 그의 참모들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략적 인내’의 실패를 직접 목격한 이들이고, 참모들 중 여러 명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마지막 2년 동안 ‘전략적 인내’로부터 거리가 먼 정책을 펼치도록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에 “바이든 후보가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며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 핵 문제가 악화됐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 상황에서 ‘인내’는 충분한 정책’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힐 전 차관보] “He was signaling that he’s not even going to try on nuclear weapons. He’s just going to try to be N Korea’s friend.”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핵무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고, 김정은의 친구가 되는 데에만 노력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며 “김정은과 관계를 맺는 것은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보유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도 “트럼프 대통령 2기에 동북아 상황이 잠잠하다면 현상유지에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서 말하는 현상유지는“미국과 동맹이 북한을 억제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시작한 정책을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며 “김정은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면서 비핵화에 진전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