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미국 지목 '북한 석탄 운반' 선박 40%, 최근에도 북-중 운항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 트래픽'을 통해 확인한 북한 선박의 운항 기록. 북한과 중국 사이의 항로를 오간 것이 명확히 확인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산 석탄 수출에 이용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난해 지목한 북한 선박 다수가 최근까지도 운항을 계속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선박들이 이런 활동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오택성 기자와 함께 관련 내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 재무부가 최근 북한 석탄 수송에 관여한 해운업체들을 재재 대상에 추가하는 등 북한산 석탄 운반과 관련한 미국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 석탄 운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의 제재 회피 활동, 특히 석탄 운반과 관련한 내용이 최근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습니다. VOA도 북한 석탄 관련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 해양경비대는 지난해 3월 합동으로 북한의 불법 해운 활동에 대한 주의보를 갱신해 발표했습니다. 특히 이 주의보를 통해 지난 2017년부터 북한산 석탄을 수출했다고 믿어지는 선박의 명단을 공개했는데요. 전체 48척 중 북한 선박은 33척입니다. 이들 선박의 활동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과 관련이 있으니 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VOA가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 트래픽'을 통해 이들 33척의 최근 운항 기록을 살펴본 결과 13척, 그러니까 약 40%의 선박이 중국과 북한 사이를 운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행자) 미국 당국이 '북한산 선박을 수출하는데 사용된 배'라고 믿고 있는 북한 선박 가운데 40%가 실제 운항한 것이 확인됐다는 이야기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오갔는지 예를 좀 들어주시죠.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올라온 '케이 모닝호' 사진. 미 국무부 등은 지난해 3월 해당 선박이 북한산 석탄 수출을 한 것으로 믿어지는 선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자) 가장 많은 움직임이 포착된 북한 선박은 '케이 모닝 호'입니다. 5월부터 8월까지 지속적으로 북한 남포항과 중국 닝보-저우산 항을 오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중국 다롄 항을 오간 기록도 확인됐습니다.

'금대호'의 경우에는 지난 8월 26일 중국 잉커우 항에서 출발해 9월 2일 남포항으로 들어왔고요, 또 '청봉호'는 8월 3일 나진항을 출발해 8월 28일 중국 닝보-저우산항에 도착했고 이후 9월 19일 다시 남포항 앞 바다로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나만 더 예를 들면 '지송 15호'는 신호가 북한 방향에서 출발한 것으로 표시된 뒤 중국 웨이하이 앞 바다에서 5월 14일 다시 신호가 포착됐고요, 이후 3일 뒤인 17일 닝보- 저우산 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행자) 반복적으로 나오는 지명이 북한에서는 남포 그리고 중국은 닝보-저우산항과 다롄 항인데요. 이번에 확인된 북한 선박들의 항로가 가장 집중된 곳이 이 곳들인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13척의 북한 선박 항로를 살펴보면, 북한 선박들이 닝보-저우산항, 그리고 다롄 항으로 많이 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롄 항과 북한 사이를 오간 선박의 경우가 더 많았는데요. 절반 이상인 7척으로 확인됐습니다.

진행자) 네 그렇군요. 선박들의 항로를 '마린 트래픽'을 통해 확인했다고 앞서 언급했는데, 정확하게 어떻게 확인을 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마린 트래픽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은 바로 선박들의 자동식별장치 즉, AIS 신호입니다. AIS 신호는 선박의 위치와 종류, 침로 등의 관련 정보들을 자동으로 외부로 내보내는 건데요. 선박의 위치를 통한 항해정보를 파악하는 것 외에도 망망대해에서 선박끼리 서로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사용됩니다.

다시 말해 북한 선박에서 나오는 AIS 신호가 포착됐고 그것으로 운항 경로를 살펴본 결과 북-중간 운항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게 된 겁니다.

진행자) 북한 선박들의 항로가 확인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 트래픽'에 나타난 AIS 신호 표시. 녹색, 적색 등 각 각의 화살표가 개별 선박에서 내보내는 AIS 신호를 의미한다. 선박의 종류와 위치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기자) 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AIS 신호는 말 그대로 자신의 위치를 고스란히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자신의 활동을 감추기 위해 AIS 신호를 끄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이 바로 북한의 중요한 제재 회피 방법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먼 공해 상으로 나가서 불법 환적 등을 하는 거죠. 실제로 지난해 마린 트래픽을 통해 확인했을 때는 이번에 확인 된 것 처럼 많은 선박들의 항로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다수의 선박이 확인됐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선박들의 활동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당국도 이를 눈 여겨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미 국무부 고위 관료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제 북한은 석탄 불법 수출을 특별히 위장하거나 숨기지 않고 중국도 북한이 국제 제재를 견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더이상 석탄 거래를 숨기지 않고 있다”며 “북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직접 운송은 2017년 제재 채택 이후 처음 목격하는 큰 변화”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을 지적하면서 결국 중국의 느스한 제재 이행으로까지 논의가 확산하는 듯 합니다.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1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화상 세미나 기조연설을 했다.

기자)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그리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은 최근 이와 관련해 중국을 몰아붙이는 모양새입니다. 웡 부대표는 중국과 북한 사이에 제재 위반 무역의 규모가 크다면서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개인과 기업에 대해 미국은 계속 제재를 가할 것이고, 여기에는 중국 사법권에 속한 대상들도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도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석탄과 다른 물품들이 북한에서 운반되는 데 있어서도 중국의 제재 이행이 매우 느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이같은 지적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웡 부대표의 발언 뒤에 곧바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제재 역시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의 제재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또 재무부의 중국 해운 업체 제재 대상 지정에 대해서도 미국의 일방적인 중국 기업 제재에 반대하면서도 자신들의 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대응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택성 기자와 함께 북한 선박들의 불법 석탄 운반 움직임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