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에 등록한 선박은 500여 척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후 선박 등을 제외하면 실제 운항 가능한 선박은 절반 정도로 추산되고, 대북 제재 등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해외 항구를 드나드는 경우가 극히 적은 실정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를 운항하는 선박들이 빼곡하게 표시돼 있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지도에서 유독 한산한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북한입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나타내는 자동식별장치(AIS)를 의도적으로 끄거나, 북한 지역에서 나오는 AIS 신호가 제대로 포착되지 못하는 등의 요인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을 드나드는 선박의 숫자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적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보유한 선박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게 적다는 점도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VOA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등록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정식으로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모두 531척이었습니다.
이 중 1980년 이후 건조된 선박, 즉 운항을 시작한 지 40년이 지나 노후화되거나 폐기처리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제외하면 실제 북한이 운용 중인 선박은 약 270척입니다.
이는 등록 선박만 8천~1만 척에 달하는 한국 등 주변국에 비해 크게 적은 숫자입니다.
이들 270여 척의 북한 선박은 용도 별로는 건화물선(Dry Cargo)이 219척으로 가장 많았고, 기름 등을 실어나를 수 있는 유조선이 28척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크기 별로는 1만t이 넘는 대형 선박이 21척, 5천~1만t 이상 41척이었으며, 가장 많은 181척의 선박은 중형에 해당하는 1천~5천t급이었습니다.
다만 IMO에서 확인된 북한 선박 중에는 다른 나라 소유이면서 북한 깃발을 단 경우도 포함돼 있어, 실제 북한 선박은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제해상에서 포착되는 북한 선박이 전체 270여 척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매달 ‘마린트래픽’에 포착되는 북한 선박은 50여 척으로, 이 중 상당수는 해외 운항을 하지 않은 상태로 북한 해역에서만 신호를 보낸 경우였습니다.
전체 선박의 숫자도 적지만 해외 운항에 투입되는 선박 자체도 50척이 채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국제사회에 등록된 북한 선박 상당수가 이미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For Socialist planned economy, they never depreciate products…”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선 선박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물품과 장비 등에 대한 감가상각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쌓아 두는 양상을 보인다는 겁니다.
따라서 노후화된 북한 선박들 중에는 이미 운항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1950년대에서 70년대까지만 해도 충분히 배를 만드는 역량이 있었으며,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선박을 건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ack in the 50s, 60s even in the 70s, North Korean had a reasonable ship building…”
그러나 선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강산업이 기울면서 선박 생산이 급속히 줄었고, 이후 노후화된 선박만을 운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북 제재로 인해 실제 운항이 불가능한 선박이 많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대목입니다.
북한이 보유한 선박 중 40여 척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고, 이들을 포함한 약 100척은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입니다.
유엔의 제재 선박은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할 시 즉시 억류될 수 있어, 사실상 공해상만을 제한적으로 운항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의 제재 대상 선박과 거래하는 항구와 보험회사, 물류회사 등이 미국의 추가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선박들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 등 한정된 지역만을 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공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하는 방식으로 석탄을 수출하거나, 유류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등 제 3국 선박들이 직접 북한 항구로 제재 품목을 실어 나르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