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해남도 해주만에서 채취된 모래가 중국으로 운반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단체는 북한 모래 수출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단체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3일, 지난해 3월과 8월 사이에 중국에서 출발한 수 백 척의 선박이 북한의 해주만에서 모래를 채취해 중국으로 운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선박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279척의 선박이 해주만에서 모래 채취 활동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모래 채취에 참여한 선박이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동식별장치의 경우, 장치를 끄고 운항을 하는 등 잠재적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인식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모래 채취에 참여한 선박의 수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선진국방연구센터의 루카스 쿠오 선임연구원은 4일 VOA에, 5개월 동안 대규모 모래 채취 작업을 위해 다수의 선박이 중국에서 북한 해주만으로 이동한 움직임을 관측했다며, 이런 움직임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쿠오 선임연구원] “Between March and August 2019, C4ADS has observed a large number of vessels that travel from Chinese waters to Haeju Bay, North Korea to engage in what appeared to be of large-scale sand dredging operations. And so, the characteristics of these vessel profiles were very interesting to us.”
쿠오 선임연구원은 해주만에서 수 백 척의 선박이 참가한 모래 채취 활동은 극히 이례적인 움직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발한 선박들은 북한의 룡연반도와 한국의 백령도 사이의 해협으로 들어왔다가 같은 경로로 해주만을 빠져나가는 항해 형태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선박들이 호송하는 듯한 형태로 항해를 했다며, 이는 선박 간 협력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 시도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채취한 모래를 중국으로 운반하는 것은 2017년 12월에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397호 위반입니다.
안보리는 북한이 토석류와 시멘트 등을 포함한 HS코드 25류를 공급, 판매, 이전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보고서는 해주만의 모래 채취는 석탄∙유류∙무기 등 기존의 북한 불법 자금 조달과 확산 활동에 이용하는 수단 이외의 다른 분야도 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모래를 수출했고, 1991년부터 2017년사이에는 일본과 한국,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북한으로부터 주기적으로 모래를 수입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 몇년 동안 모래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합법적∙불법적인 모래 채취와 거래가 활발해 졌다고 밝혔습니다.
쿠오 선임연구원은 중국으로 옮겨진 북한 모래의 가격을 묻는 VOA에 질문에, 해주만에서 채취한 모래의 총량과 가치를 추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인 모래 부족 현상과 높은 수요를 감안할 때, 북한 모래가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쿠오 선임연구원] “We would not be surprised if the entities that were able to dredge send from North Korea were able to sell at a higher price abroad and certainly in Chinese markets, given the scarcity of sand and the high demand of sand all around the world.”
보고서는 또, 모래 채취 과정에서 중국과 북한 양국 간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선박등록국 등의 정보를 표식하는 ‘해상이동업무식별부호 (MMSI)’를 보면, 모래 채취에 참여한 선박의 약 96%가 중국 등록 선박이고, 약 97%의 선박이 중국어 이름 표기를 이용했다는 겁니다.
쿠오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기관들이 해주만에서 모래를 채취하기 위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쿠오 선임연구원] “What should be more likely is that there were Chinese entities and … likely had received permission from North Korean entities to dredge sand from Haeju bay in North Korea. …Be present in Haeju Bay in North Korean waters to dredge up sand is likely to require some kind of approval by the North Korean authorities.”
다만 북한과 중국 정부가 협조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이번 모래 채취가 북한의 대북 제재 회피 움직으로 볼 수 있으냐는 VOA에 질문에, 쿠오 선임연구원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선박을 이용한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곧 공개될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이 적어도 2천 200만 달러 상당의 100만 t 의 모래를 중국 항구로 수출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