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법조사처 “김정은, 김여정에 공식 후계자 지위 부여 가능성”

지난 2018년 4월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하려고 하자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보조를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공식 후계자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김 제1 부부장의 향후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 입법조사처는 29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는 “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재임명된 것은 백두혈통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에게 공식 후계자 지위를 부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11일과 12일 각각 열렸습니다.

보고서는 “올해 초부터 김 위원장을 대신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는 등 김 제1부부장의 활동이 사실상 당의 유일지도체제를 책임진 ‘당 중앙’의 역할이었다”며 “특히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제기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당 중앙’은 지난 1974년 김일성 주석이 아들인 김정일을 당 정치국과 비서국.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면서 후계자로 공식화한 이후 불려진 김정일의 공식 호칭이었습니다.

보고서를 쓴 이승렬 박사는 김 위원장을 둘러싼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김 제1부부장의 후계자 공식화 필요성을 키우는 배경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승렬 박사] “김정은의 건강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두 번째는 북한이 지금 대내외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요. 그래서 위기극복 차원이 될 수도 있고 세 번째는 북한에서 최룡해를 비롯한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통제하고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이 박사는 특히 최룡해가 북한에서 이례적으로 백두혈통이 아닌 신분으로 북한의 유일지도체제를 관장하는 조직지도부장을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맡았고, 이 과정에서 측근들을 요직에 기용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고 분석하면서 이 같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김 제1부부장이 사실상 현재 공석인 조직지도부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다만 “여전히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러 있는 김 제1부부장이 곧바로 후계자의 지위와 역할을 부여 받을 것이란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김 위원장의 복귀 후 한 차례 공식적인 절차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그러나 김 위원장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후계자 조기 공식화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김정은 위원장이 고령의 나이도 아니고 김 위원장에게 매우 심각한 건강 문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김여정에게 공식 후계자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현실성도 부족하고요. 그러나 만약 김 위원장이 통치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김여정이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라고는 할 수가 있죠.”

정 박사는 북한의 수령 후계자론에 따르면 수령의 후계자는 수령과 같은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일의 경우 후계자로 공식화됐을 당시 당의 두 핵심 기능인 조직과 선전담당 비서로서 김일성 주석에게 올라가는 보고라인을 장악하고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릴만한 자리에 있었지만 김 제1부부장은 그럴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의 수령체제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가부장적 문화를 감안할 때 여성인 김 제1부부장이 후계자로 공식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홍민 북한연구실장] “북한체제 70년 수령체제는 항일혁명 투쟁, 소위 혁명 전통, 그것도 항일 빨치산 투쟁을 통해서 만들어진 군사 상징성이에요. 그것은 김일성부터 시작되는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적 상징 전통이고 그것은 철저하게 70년 동안 남자세습을 통해서 만들어 온 시스템이에요.”

홍 실장은 김 제1부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 대해 자신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 중앙’ 역할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